여의도, KBS 앞 생각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며 후덥지근한 날씨를 만들고 있다. 그래도 뙤약볕이 내리쬐는 것보단 낫지. 비옷도 없고 백팩도 없이 15인치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돌아다니니 거추장스럽긴 해도 별로 힘들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현장의 분위기가 작은 고통에는 신경쓰지 않게 만드는 것일까. 인원이 적은 만큼 사람들은 서로 상황을 주고받으며 어디가 뚫린다, 어디에 (신인 이사의)차가 진입한다, 어디에 미성년자가 연행되었다, 차가 밀어붙여 어디의 사람들이 위험하다 하면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일당 백이란 말이 매순간 떠오른다.
여섯 시가 다 되어 단상에서 정부에 빌미를 주지 않고 이사회가 종료되었다는 '작은 승리'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후련하다. 크든 작든 승리에 대한 이야기를 이런 현장에서 듣는 것은 처음이다. '기쁜 소식 하나 알려드립니다'라고 하는 것은 어디가 참여하기로 했다, 어디가 지지하기로 했다 하는 것을 빼고는 현장에서든 아고라에서든 대부분 낚시만 들었던 탓이다. (개인적으로 아고라에서 '속보입니다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낚시-가짜 좋은소식-들은 정말 안 했으면 좋겠다.) 사실 평소에는 그런다고 뭐 달라지냐고 회의하는 자들에게 '그래도 달라지고 있다'라는 것들을 증거를 제시하며 주장하고는 있지만, 현장에 막상 도착하면 이렇게 또 모여서 당한다고 뭐가 또 달라지랴 하고 마는데, 다행히 오늘은 그런 생각을 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지금은 비를 피해 KBS 정문 옆 담벼락에 올라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와이브로 감도는 80~100%를 오가는데 인터넷 서핑 속도가 너무 느린 것 같다. 생중계로 인한 업로드 트래픽이 너무 많아서일까? 와이브로 기지국당 커버 가능한 최대 트래픽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네스팟 AP는 검색되지 않는다. 그나저나 평소 쓰이지 않는 먼지 가득한 벽이라 바닥이 너무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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