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생각

그저께 발치한 곳에서 계속 출혈이 있다. 혈소판 수가 적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게다. 결국 시위는 포기하였으나 스스로 역맛살을 당해내지 못하고, 무작정 전철에 올라 종점으로 향하게 되었다.
"히말라야 도서관"의 1/3 분량을 읽고 도착한 곳은 천안. 당황스러운 점이 두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예전 애용하던 다른 종점들 -8호선 암사역 같은-과는 달리 종점에 도착한 순간 열차가 바로 역주행을 시작한다는 것인데, 종점역에 도착하자 마자 문밖으로 올라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잔뜩 보여서 꽤 놀랐다. 둘째로 구로행 막차 시간이 9시 36분 이었다는 것인데, 내가 탄 것은 청량리행 막차 시각인 9시 26분에 천안역에 도착하였다.
역앞은 택시와 성매매 업소주들의 호객행위로 분주하다. 냉면 한그릇을 먹는데 어제와 오늘 양일간 벌써 세그릇 째다. 구강내 출혈이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먹기 쉽고 안전한 음식이라고 판단되어 먹는 것이지만 별 과학적 근거는 없다. 뜨거운것보다 찬것이 낫다고 생각되기는 하나 시큼하고 매운 육수가 도움이 될 리도 없으니, 아마도 사실은 그저 더위에 목이 타는 것일게다.
잠잘 곳을 찾는다는 핑계로 -PC방 한번 가면 될 것을- 시내를 조용하게 돌아다닌다. 제일고교앞 텅 빈 버드나무길을 지난다. 이런 느낌은 수년만이다. 영등포에서 한밤중에 단지 따분하다는 이유로 일어나 무작정 걸어서 닿은 곳이 인천 앞바다였다. 지금의 나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너무 많은지 그렇게 쉽게 나서지를 못하고,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편하게 돌아다니려고만 한다.
천안종합터미널 근처에 도착하고 보니 한 사람이 커피숍(TOMTOM'sCAFE)의 실외 테이블에서 노트북으로 메신저를 하고 있다. HSDPA를 쓰는 것이 아니라면 네스팟이라도 되나보다. 올라탔던 세류역에서부터 줄곧 와이브로, 네스팟이 잡히지 않아(뭐 사실 당연한 일이지만) 간만에 함께한 베가가 무안해질 지경이었다. 어쨌거나 잠들 곳을 찾았고, 지금은 그 근처 PC방에서 간략하게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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