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생각

  여기는 북카페다. 책이 있고, 음료가 있고, 먹을것도 약간 있고, 카페스런 조명과 시원 상쾌한 공기, 소심하게 생긴 조그마한 테이블들이 가지런하게 배치되어 있다. AP가 있기 때문에 와이브로를 이용하거나 네스팟을 찾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전원 콘센트가 설치된 자리는 몇 되지 않는다. 이런 실내에서는 배터리를 소모하기 보다 한 기기라도 더 충전하길 원하는데 말이다. 설상 가상으로 조루로 유명한 아르고폰에서 배터리 효율로 명성이 높은 라온의 베가까지 모두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어서, 하는 수 없이 베가를 우선 충전하고 아르고 폰에 여분의 배터리를 장착한 후 무선으로 노트북을 사용 중이다.

  잠시 집의 서버에 원격 데스크톱 연결로 작업을 하였는데, 속도는 그럭저럭 쓸만했으나 발열과 전자파에 대한 우려때문에 오래 접속해 있을 수가 없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온 집안을 무선으로 채우려고 했던 무선 기술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최근에는 블루투스 동글과 키보드 셋, 헤드셋을 구입해 노트북, 베가, 휴대폰의 이어폰과 x86 제품들의 키보드 셋을 통합하려고 제품을 알아보던 중이었다. 그러나 혈소판 수치 검사를 위해 병원 의자에 앉아 있던 중에 우연히 꿀벌 실종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새삼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꿀벌 실종은 휴대폰 전파만을 원인으로 돌릴 수 없는 사항이다. 최근에는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등장했다. 그러나 꼭 그 뿐만이 아니라도, 대체로 무선랜의 전자파가 주는 위험에 대한 우려는 높아지고 있는 편이다. 파리에서는 무선을 유선으로 다운그레이드(?)하는 도서관이 늘고 있다고 한다.(1)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선랜은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라고 하는데(2) 살충제나 제초제가 인체에 해가 되듯이 어린이에게 좋지 않은 것이 성인에게라도 좋을 수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른바 전문가라는 자들의 말을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3) 공유기(혹은 AP)는 50c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사용해야 안전하다고 한다. 그런데 AP를 멀리해야 한다면 내 PC의 무선랜 장비라고 가까이해도 괜찮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블루투스는 두통 때문에 사용을 중지했다고 하는 몇몇 사용기를 구글링해서 읽고는 구입할 마음을 완전히 접었다. 또다른 무선 장비는 MS 내츄럴 키보드와 마우스 셋인데 보다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 된 후속 제품(내츄럴 4000)을 구입할 때는 무선 셋 대신 단일 유선 제품으로 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밖에 인체에 해가 된다는 것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는 휴대폰과 와이브로도 문제다. 휴대폰이 문제라면 영상전화와 HSDPA, 와이브로 기반의 통신도 결코 안전할 리가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휴대폰을 머리에서 떨어뜨려놓고 쓰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호주머니에 찔러놓고 헤드셋으로 통화를 한다면 위장과 정소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까? 그쪽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추측만 할 뿐이나, 모르는 것을 무시하기 보다는 조심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유선 인터넷폰과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네스팟 및 와이브로의 접속은 POP/SMTP 기반 오프라인 메일 리더 및 BlogAPI 기반 저작 툴, RSS 리더 등을 이용, 연결시간 및 데이터 전송량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다.

  사실, 내가 접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 주위를 감싸고 있는 이 수많은 유해 전자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 옆사람도, 앞사람도, 뒷사람도 웹서핑을 하고 지인과 웃고 떠들고 있으니 말이다. 공기도 그렇거니와 보다 안전해지려면 이 도시를 빨리 떠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를 위한 지방 업무가 많지 않고 서울 핵심 도시에 위치한 기업에서 입사 제의까지 수락해 놓은 지금, 최소 1년간은 이 고통스런 전파망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 것 같으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

추신 : "고통스런"이란 표현에 대해 부연하자면, 나는 장기간의 통화, 인접한 노트북에서 무선 대용량 자료 전송시 두통 혹는 위통을 겪는다. 이것이 심리적인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나 전자파의 안정성에 대한 확실한 답이 나오지 않는 한 굳이 자기 최면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기보다는 물좋고 공기좋은 곳으로 떠나는 편이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참고자료 :
1. [World@now] 파리 도서관, 무선 인터넷 없앤 이유는
2. 英언론 "무선랜 전자파, 어린이에게 치명적"
3. [건강한 인생] 알쏭달쏭 전자파… 이것이 궁금하다
추기 : "무선랜의 출력은 휴대폰의 20분의 1"이라고 하는데 무선랜 연결 시간 및 데이터 전송량을 휴대폰과 비교하면 수백배 이상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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