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그리고 BL 생각

지인과 이야기하다가 케이블에서 방송했던 커밍아웃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나가는 이야기로 많이 들은 이름이지만 한 번도 본 적은 없는 프로다. 어쩌면 조만간 그 프로그램에 관련된 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어서 인터넷을 슬쩍 검색해봤는데 정작 그 사람에 대한 정보보다는 커밍아웃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더 눈에 들어왔다. 선입견이 컸던 탓일까. 케이블이고 동성애 소재를 다룬다 하니 당연히 거부감이 크고 자극적인 면에 작위적으로 치중했을 거란 생각을 해 온 것이다. 그런데 관련 기사들을 몇개 찾아 보아도 방영 전 소재에 대한 '우려'는 있어도 방영 후 부정적인 평가는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을 보니 한번 볼 만한 가치는 있는 프로그램인 모양이다.

링크를 타고 돌아다니던 중 한번은 어느 블로그에 가서 글을 읽는데,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였다. 내용은 출연자들의 고통을 이해한다느니 다 잘됬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지극히 당연한 내용. 그런데 블로그 사진이 나를 확 당겨 끌었다. 혈흔을 몸에 묻히고 서로 성기를 애무하고 있는 일러스트. 옷을 입고있을 뿐 성행위, 그것도 강간 상황이었다. 메뉴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BL, BL, BL, Bl...

나는 여자가 아니라서 게이를 바라보는 그들의 심리를 알지 못하지만, 그들의 그런 문화가 게이 권익 신장에는 별 도움이 안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위 사진만 보더라도, 아마도 이성간의 동일한 상황을 그린 일러스트라면 결코 블로그 프로필 사진으로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그리고 대형 포털의 블로그로서 용납되는 성적 묘사의 수위도 문제지만, 엄연히 강간이란 것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인데 그것을 보고 즐기는 것이 정상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은 그런 글과 사진과 게임을 즐긴다. 일반인들도 그런 글, 사진, 게임 즐기지 않느냐고? 맞다. 문제는 그것이 이성애자들의 포르노와는 다르게 게이들간의 관계는 그렇게 왜곡된 것들만이 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성들만 등장한다는 이유로 포르노가 아닌 것 처럼 취급받고, 추종자들은 드러내놓고 활동하며, 이들이 생산해내는 컨텐츠의 양이 결코 '정상적'인 동성애 문학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대형 포털의 만화 관련 게시판에는 곧잘 원작 캐릭터들을 살짝 비꼰 BL풍 팬픽이 올라오는데, 내용은 항상 한 명이 남성(공), 한 명이 여성역의 남성(수)가 되서, '왜 이러십니까'따위의 대사를 치는 것이다. 여기서 바꿔서 생각해보라. 한 남성이 한 여성에게 치근덕대고 여성은 매우 곤란해 하면서 '이러시면 안되요'라고 한다. 포르노가 아닌 이상 웃고 즐길 껀덕지가 있기나 한가? 역겨울 따름이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를 매우 혐오하는 사람들의 댓글조차도 단순히 취향의 문제만을 지적하는 것을 보면,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도 비정상적으로 느껴질 관계가 이성애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일반적인 것처럼 생각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덧. 주제가 다양해지고 있다. 길 위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지명을 제목으로 즐겨 썼는데 슬슬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중에 다시 찾아 보기 힘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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