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양말 내가 쓰는 물건

4년 전인가 객지 생활을 하던 내게 아버지께서 보내 주신 양말이다. 두툼하고 신축성이 좋은 데다 발목 부분이 크게 조이지 않아 즐겨 신었다. 처음에 여섯 켤레이던 것이 하나씩 사라져버리고 이제 두 켤레만 남았는데, 모두 이 모양으로 크게 구멍이 나 있다. 사실은 이미 몇 번인가 누나에게 부탁해서 기운 것인데, 이제는 앞뒤로 너무 닳아 헤어져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지경까지 온 것 같다.

문득 양말을 제 인형인 줄 알고 헥헥거리는 멍멍이를 보고 있자니, 강아지 나이를 세듯 이 녀석의 나이를 사람으로 치면 몇 살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분명 나보다는 훨씬 많은 나이겠지. 그러나 길고 짧음에 다소 차이가 있긴 해도 결국 모두 흙으로 돌아가고야 말 운명이니 이 마당에 와서 굳이 존칭까지는 쓰지 않으리다.

나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양말들이여! 잘 가시게.

 

(이번 설에는 양말을 사 들고 내려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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