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 윌터 아이작슨 IT 생각

이 책은 외줄 타기를 하는 것 같다. 때로 거의 미치광이처럼 보이는 잡스의 성품과 (심지어 행위에 '역겨운'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하는)결점들, 그리고 그가 일구어 낸 화려한 성공과 삶을 위태롭게 오간다. 그를 그저 원래 있던 것을 좀더 잘 다듬을 줄 아는 사업가 정도로 보는 사람들에게는 얼굴이 찌푸려지게 하는 내용 뿐이며, 반면 그를 독창적인 제품들을 창조해 낸 위대한 예술가로 보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매력적인 성품들이 그의 '작품'들을 완성하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것들로 보일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스티브 잡스에게 심한 동질감을 느끼곤 했는데, 그건 그의 성격이 여러 측면에서, 심지어 집에 가구를 거의 두지 않는 것 조차 나와 놀랄 정도로 닮아 있었기 때문이고, 반면에 그가 자기 주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용기와 젊은 나이에 이룩한 부에 대해서는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주로 남들과 유별나게 다른 나의 성격이나 주장을 일단 타인에게 맞추고 본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나와 다른 이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굳이 나를 무리에 맞추어 잘라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선대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 식상한 주장을 재삼 반복하는 것이지만, 나와 한 시대를 살았고 지금 내가 쓰는 물건들이 이러한 형태로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의 메시지는 더없이 강력하게 들린다. (이것은 살면서 가까운 곳에서 롤 모델을 찾아야만 할 이유이기도 하다.)

최종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사람, 회사의 가치와 팀웍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시중에 널려 있는 제품들이 왜 이다지도 쓰레기같은지(물론, '반면에 왜 애플 제품들은 좀 다른지'에도 동의한다면) 궁금한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 여러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만으로 보기에는 잡스의 개인사가 많은 책이다. 당연하게도,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전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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