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쿼티폰의 무덤이라고? IT 생각

이번에 옵티머스 Q2 출시 내용을 담은 기사가 나왔길래 봤더니 이 이야기가 또 나온다. 대한민국은 쿼티폰의 무덤, 그러니까 어떤 쿼티폰이든 절대로 팔리지 않고 내놓는 족족 망하는 시장이라는 건데. 이 이야기는 정말 지겹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보자. 이 얘기는 쿼티폰이 나오면 무조건 대박을 쳐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도대체 전 세계적으로 그런 시장이 존재하기는 한가? 그리고 설령 그런 전제가 맞다고 한들, 대관절 대한민국에 '대박칠만한' 쿼티폰이 나온 적이 있나?

당장 가장 최근의 기대주였던 옵티머스 Q부터 말해보자. SKT나 KT로 출시되면 사겠다는 대기 수요자, 출시 지연과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몇 가지 진통들을 제쳐놓고라도 이 폰이 쿼티때문에 망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왜냐고? 그 말이 맞다면 이 폰과 '쌍둥이 폰'이라던 옵티머스 Z는 그래도 잘 나갔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쫄딱' 망했으니까. 만일 누군가 옵큐가 갤럭시 S를 누르고 대박 칠거란 예상을 했다면 그건 대다수 소비자들이 당장 경쟁작인 갤럭시 S의 더 크고 좋'다는' 화면, 더 빠른 속도, 화려한 마케팅과 삼성 애니콜이라는 국내에서는 절대적인 네임밸류, 일반적으로 더 빠른 속도와 더 많은 가입자를 자랑하는 SKT 3G, 기타 모든 장점들을 물리 쿼티키 하나로 상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인데, 애당초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찾아보면 이런 사정들은 빠짐없이 댈 수 있다. 딱 봐도 저가형인데다 너무나 느린 안드로1, 반면에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카카오톡 하나가 안 되어서(과거형) 고립감을 느껴야 하는 블랙베리, 윈모폰이라는데서 할말 다 한 블랙잭/미라지, 애초에 많이 팔려고 만든 물건이 아닌 프라다2,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틈새시장을 노렸던 변태해상도의 X10 미니, 출시가 늦어도 너무 늦었던 모토쿼티... 이중에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갤럭시S 급으로 성공할 것처럼 보이는 물건은 없다.

이번에 나올 옵티머스 Q2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은 벌써부터 제대로 된 쿼티폰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이번에는 과연 성공할까?' 하며 설레발을 친다. 그러나 면면을 보자. 한창 크기경쟁에 돌입한 액정부터 무엇하나 앞서는 것도 없지만, 뭣보다 이통 3사가 하나같이 4G로 광고를 도배하는 이 시점에 2G 생명 연장의 꿈으로 빚은 LGU의 리비전 B 폰이라니! 거기에 정식 출시일이 공표되기도 전에 동사의 LTE가 지원되는 4.5인치 HD 디스플레이의 LU6200이 티징을 시작했다. 이걸 제쳐두고 옵큐2를 선택한다는 건 옵부심 가득한 쿼티 매니아에게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대박을 예상하기가 어찌 그리 쉽겠는가?

상황이 이 꼴인데도 이놈의 통신사/제조사 관련자들은 대한민국이 쿼티폰의 무덤이라는 말을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든다. 거기에 분석이랍시고 한글의 우수성을 빼놓지 않는다. 풀터치폰이 처음 선보이던 당시 타이핑에 어려움을 호소하던 목소리들은 다 잊었나 보다. 차라리 무게와 디자인이 유행과 다르다고 해라. 그러나 옵큐2가 잘 안팔리면 또 무덤과 한글 운운하는 기사들을 뉴스에서 보게 될 게고, 덕분에 차차, 엑페 미니프로(SK17), 드로이드3 같은 대박치진 않아도 나름 한자리씩 해먹을 것 같은 물건들을 국내에서 볼 날은 더욱 멀어지겠지. 혹자는 다수가 하는 말이니 옳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알 만한 얼리어댑터는 다 알고 있었던 아이폰 쇼크조차 정 반대로 예측한 인간들이다. 그리고 다시 이런 인간들의 논리를 그대로 들여다 문장 수 늘이는데 써먹는 프로 블로거들은 직무 유기거나 능력 부족이라고밖에는 더 덧붙일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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