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접하는 언론과 기사들 생각

나는 구독중인 잡지가 좀 많은 편이다. 두 곳 정도의 인터넷 신문, 두 개의 주간지, 그리고 한 개의 일간지가 정기적으로 집 혹은 메일로 배송된다. 여기에 가입 및 후원중인 단체의 회지를 포함한다면 3-4개가 더 늘어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내가 보는 것은 아니다. 주간지는 군대때 잘 보다가 나와서도 습관적으로 신청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거의 보질 않아서 곧장 동거인의 손으로 들어가고, 인터넷 언론에서 오는 메일들은 각종 업무와 운영중인 서버에서 오는 로그 메시지, 여러 고지서 등에 정신없이 허우적거리고 나면 어느새 지워져 있게 마련이니까.

이것들은 당장 눈 앞에 쌓이지도 않는 데다가 때가 되면 금액만 조용히 통장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다. 문제는 두 개의 주간지인데, 나는 원래 나갈 일이 있을 때마다 이것을 챙겨 다니면서 읽을 목적이었으므로 동거인에게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재택근무로 바뀌면서 대중교통 이용 시간이 엄청나게 줄어버렸고, 그나마 남는 시간에는 잡지가 아닌 두꺼운 책을 읽으므로 어느새 주간지는 40여권 가까이 책상 앞에 쌓일 지경이 되었다. (이들은 처음 세 달동안 비용을 모두 지불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중도에 납부를 중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생각해 보면 이것들은 참 계륵이다. 당초 신문을 구독한 이유는, 세상사를 알긴 알아야겠는데 TV에서는 늘 깊이있는 내용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민간인이 되고서는 PC 하나만으로 일간지 기사 수준의 정보는 흔하게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었으므로 좀더 깊이 있는 내용을 보고자 했고, 자연히 주간지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사실 이것들 역시 웹에서 접할 수 있었지만, PC는 뉴스 기사를 읽기에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모니터의 휘황함, 깜빡임과 온갖 광고와 UI 등이 산만하게 하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포털 메인화면에서부터 비선형적으로 노닐다 보면 자연히 선정적인 기사들 위주로 탐독하게 된다. 포털의 목록(index) 화면은 철저한 약육 강식의 세계라서 대부분 많이 본 기사, 많은 댓글이 달린 기사 위주로 정렬이 되는데, 이들은 결국 주요 이슈 몇 가지와 연예, 신기한 가십거리들에 속한다. 이에 호응하듯 언론사들의 기사는 온라인판에서는 제목부터 다르다. 오프라인에서 신문이나 주간지의 페이지를 넘기다가 마주치는, 내 관심사에 부합해 스크랩까지 하게 되는 여러 기사들은 포털 메인(혹은 주제별 메인)을 통해서는 아마 마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웹에서 이런 것들을 만나기 위한 방법으론 구글 뉴스에 내 관심사 몇 가지를 키워드로 적어 넣고 구독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서, 만일 이렇게 했다가는 아마 메일함으로 쏟아지는 비슷비슷한 기사들을 분류하다 결국 지쳐 혼절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읽을 시간이 없다 보니 앞서 얘기한 것 처럼 계륵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온라인 뉴스를 접하는 시간이 줄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고, 여전히 포털 메인에서 참지 못하고 선정적인 기사들을 클릭해가며 시간을 소모한다. 또 구글 리더의 내 계정으로도 커뮤니티 기반의 수많은 피드들이 유입되는데, 이것들은 내가 종사하는 IT와 보다 관련된 것들이라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결국 나는 포털에서 노는 시간을 확 줄이고, RSS 피드를 조금 걸러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오래간만에 최신호부터 집어 보려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대개 기사들이란 사건 발생 시점을 조금이라도 지나면 전체를 조망하기보다는 무조건 사태의 현재 상태만을 알리기에 촛점을 맞추므로, 나처럼 업무에 치여 한동안 일만 보고 살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곤 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불친절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호들부터 보자니 분량도 너무 많을 뿐더러 아직 확실하지 않은 사태에 대한 (현 시점에서는 잘못되었거나 전혀 불필요한) 억측과 예견, 두서와 말미를 아울러 읽어내야 한다. 그건 고문에 가깝다. 차라리 주요 기사들만큼은 싹 넘겨버리고 나중에 위키피디아에서 따로 보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합칠 수는 없을까? 일부 아이폰/패드 앱처럼 주간지를 지면 그대로 싣거나 포털을 그냥 옮겨 온 수준의 앱이 아닌, 사건의 흐름을 알려주는 위키피디아 수준의 세련된 편집, Our Choice 앱 수준의 기기 최적화, 그리고 집중력과 정보 전달력을, 프레시안 웹사이트의 유료회원 무광고 서비스처럼 유료로라도 누군가가 보여 줄 생각은 없는 것일까. 여러 언론을 아우르는 독립 서비스 업체라면 더욱 좋겠지만, 만일 어느 언론사에서 한다면, 기사가 아주 저질이거나 심각하게 맞지 않는 이상 타사의 기사들이 좀 아쉽더라도 그 서비스 만 보고 옮겨탈 생각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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