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및 하지 불안 증후군(의심) 체험기 건강일지

다리가 아픈 것에도 소위 말하는 신경성(스트레스성) 질환이 존재할까? 내가 겪어 본 바에 의하면 그렇다. 최근 2개월 정도 다리 통증으로 고생했는데 하지정맥류에서 디스크로 검사에 검사를 거듭한 끝에 거의 하지불안 증후군으로 판명되어 가는 것 같다.


사정은 이렇다. 6월 초부터 파견을 나가게 되었는데, 근무 환경이 여러 모로 어려웠다. 새로 접하는 사람들과의 트러블(아무래도 갑을 관계에서 을에 속했으므로), 부족한 휴식공간(8층이었는데 매번 매우 느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함), 불편한 프로젝트실의 널찍한 의자. 근무 1달이 되자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려 도무지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하지 정맥류란다.


다만,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의사의 소견으로는 왼쪽 다리만 통증이 있어야 정상인데, 내가 느끼는 통증 및 불쾌감은 양쪽 모두에 균등하게 미쳤기 때문이다. 마침 허리가 아팠으므로 디스크 쪽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하지 정맥류 관련 글들을 보고는 (특히 심장 관련하여) 웬지 두려워져서 즉각 수술을 받았다. 그랬더니 다리 증상은 씻은 듯이 없어졌다.


일주일 후, 이번엔 척추 전문 병원으로 갔다. 증세를 말하니 MRI를 찍으래서, 찍었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엑스레이 소견으로는 4-5번이 좁아져 디스크가 벗어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MRI를 찍어서 보니 디스크는 정상이고 원래 내 신체 구조가 그렇댄다. 그래서 처방대로 약 먹고 파스 붙이고 해서 대충 나아지는가 했다. 재발을 막기 위해 Workrave를 깔아 1시간에 10분씩 휴식(회사 주변 걷기)을 했고 날마다 취침 전 동네 공원 산책을 했으며(덕분에 우리집 개들 신났다) 한달 째 되는 날엔 수영장도 끊었다. 그렇게 다 해결되는가 했다.


그런데 수술 받은 지 한 달이 지나자 다시 증상이 일어났다. 앉았을 때 다리가 저리고 피가 안 통하는 것 같은 불쾌감이 대단히 심했는데, 특히 허벅지 뒤쪽을 의자에 대고 있으면 증상이 심해서 나도 모르게 앞으로 움직여 앉게 된다. 결국엔 엉덩이만 살짝 의자에 걸치는 꼴이 되는데, 이렇게 앉으면 허리가 아프다. 퇴근 후 집에 와서도 마찬가지였고, 하루가 지나도 마찬가지였고, 심지어 잠을 잘 때도 다리가 불편해 한참을 뒤척이고서야 잘 수 있었다.


결국 하지 정맥류 수술을 받은 병원을 다시 찾아 조언을 구했다. 그 동안 내가 고치려고 노력한 생활 습관, 그리고 MRI 디스크 검사 결과 등을 이야기 해 주니 그제야 '하지 불안 증후군'이란 병명을 말해준다. 내 경우 처음부터 양쪽 다리가 모두 아픈 것이 이상했는데, 플라시보 효과 때문에 환자에게 의심가는 병명을 모두 말해주지는 않는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단 현재로서는 첫 번째로 의심이 가므로, 일단 약을 먹어보고 일주일 뒤에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 '뉴론틴'이란 알약이다. (하지 불안 증후군과 뉴론틴이란 약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으니 생략하겠다. 다만 개인적으로 살 수 있는 약인지는 모르겠으나 의심간다고 본인이 직접 사다 먹어보는 바보짓을 하진 말자. 몸은 컴퓨터가 아니다. 고장났다고 이거저거 맘대로 해 보다가 더 나빠지면 팔고 다시 사다 붙일 수도 없다.)


약을 먹고 첫 날에는 조금 졸음이 왔는데, 둘째 날부터는 좀 피곤하긴 해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 그리고 먹는 동안 다리가 저려 못 앉아있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거의 즉각적인 효과를 얻은 것인데, 6일째 되는 날 우연찭게 바빠서 하루내 약을 빼먹었더니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도 않았는데) 퇴근 후 버스에서부터 다리에 쥐가 나는 듯한 경험을 했다. 약을 잘 먹은 다음 날은 증상이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째, 병원에 가서 이야기했더니 일단 같은 약을 1달치로 다시 처방해 주겠다고 한다. 경중을 본 다음 약을 끊던지 하겠다고.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는데, '회사 일은 퇴근하고 나면 잊을 것' '일주일에 한 번은 등산 같은 운동을 할 것' 두 가지를 주문했다. 현 프로젝트가 끝나는 다음 달 말까지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 당분간은 약에 의존을 해야 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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