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런 : 완벽한 UMPC의 꿈 IT 생각

얼마전에 에버런을 구입했다. 와이브로가 장착된 버전인데, 가격은 신품이 와이브로 개통 조건으로 28만원 정도. 중고가도 대충 비슷하지만 어차피 와이브로가 필요했던지라 냉큼 새것으로 구매해버렸다.

사실 베가의 사용자로서 에버런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아주 오래 전인데, 이제서야 구매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좀 더 나은 성능을 지닌 에버런의 후속 제품이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베가의 경우 매우 느린 Geode CPU때문에 활용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었는데, 사용중 번번히 윈도 CE를 포팅해서 깔고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실제로 리눅스를 시도해봤지만 드라이버를 다 잡는데 실패했다) 그런데 에버런은 베가와 100MHz 남짓밖에 차이나지 않는 같은 Geode CPU를 쓰므로 큰 성능차이는 기대할 수 없다. 또 한가지는 베가의 무게인데, 필자의 어깨 힘이 약한건지 400g이 넘어가는 베가를 한손에 들고 쓰기엔 부담스럽다. 그런데 에버런의 경우 베가보다 가볍지 않았고 UMPC의 무게 문제는 거의 업계 전체의 발목을 잡는 문제였으므로 보다 가벼운 UMPC가 반드시 등장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에버런의 후속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 한때 에버런2라는 가칭이 붙었던 에버런 노트의 경우 완전히 다른 제품군으로 분류해야 맞을것이다. 그사이 타사에서는 MID를 내놓기 시작했는데, 엠북이나 빌립 S5의 경우 보다 나은 CPU(아톰), 보다 가벼운 무게(300g대)라는 두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었지만 S5의 경우 광터치 마우스 및 외장키보드나 자동회전, 엠북의 경우 USB 와이브로 모뎀 장착의 어려움 등으로 끝내 손이 가질 않았다. 게다가 라온 제품군의 외장 하드 기능이 필자에게는 꼭 필요했는데, 이런 기능을 가진 UMPC는 찾기 힘들었다. 결국 별다른 대안이 없어 에버런을 구매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구매 2주일째, 우선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다음은 필자가 느끼는 (베가 대비) 장점들.
1. 저반사 액정 및 동봉된 저반사 액정필름 : 베가의 경우 보다 작은 4.3인치 액정에 글레어 코팅이라 대단히 선명하고 화사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천장에 휘황한 조명이 많은 카페 등에서는 도무지 눈이 아파서 볼수가 없다. 반사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반사를 줄이려고 눈 높이에 대고 수직으로 들면 뒤의 조명이 그대로 비쳐들어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같은 경우 에버런에서는 확실히 편하게 볼 수 있다.
2. 초저전력 대기모드 : 표준 배터리로 대충 쓰다말다를 반복해도 4일은 너끈히 가는 것 같다. 자연방전이 심한 베가로는 어림없는 일. 덕분에 에버노트를 자주 활용하게 되는 등 들고다니는 시간 대비 활용 빈도가 매우 잦아졌다.
3. 광터치 마우스 : 베가의 방향키에 비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커서 이동 속도가 매우 인간적으로 반영되는 인터페이스. 누르고 있지 않아도 되어 좋다.
4. 외장 키보드 : 윈도우 모바일 등 모바일 OS들의 가상키보드는 화면 한쪽을 완전히 차지하거나 덮어버려 사용에 별 문제가 없는 반면, UMPC의 가상키보드는 대게 화면 간섭 및 툭하면 사라지는 커서 등으로 사용자에게 괴로움을 주기 일쑤다. 그러나 USB 키보드를 꼽아 쓰는 것은 귀찮다. 에버런의 키보드는 가상 혹은 외장 키보드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써 훌륭하다. 광터치 마우스와 터치스크린, 그리고 방향키가 서로 보완재이듯이.
5. 내장 무선랜, 내장 블루투스, 내장 와이브로 모뎀 : 별도의 USB 모뎀을 꽂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편한 줄은 몰랐다. 저전력 대기모드의 장점과 함께 활용도를 확 끌어올리는 장점. 블루투스 내장으로 스마트폰 및 넷북과의 통신도 너끈하다.
6. 스타일러스 펜 내장 : 덜렁거리는 스타일러스 끈 겸 스트랩 더이상 안 써도 되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물론 개선했으면 하는 점도 있다.
1. 무게 그리고 성능 :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근래 출시되고 있는 MID들을 보면 에버런도 더 가볍고 빨라지지 않으면 않될 것 같다. 하다못해 아톰에 1G 메모리라도 달아다오.
2. 하나뿐인 외부 USB 슬롯 : 베가 대비 오히려 줄었다. 카드 리더가 없으므로 초소형 MicroSD 리더를 장착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키보드나 무선랜 장착시 반드시 뽑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차라리 상단 카메라 슬롯을 빼버리고 USB를 하나 더 다는 것이 어떨까.
3. 형편없는 무선랜카드 : 걸핏하면 1M로 떨어지거나 접속 불능이 되고 마는 정체불명의 SDIO 랜카드. 에버런 노트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듯 한데 드라이버로 개선할 수 없다면 차기 버전에서는 다른 랜카드로 바꾸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3. 위로 숭숭 뚫린 구멍들 - 베가의 경우 고무뚜껑이 있어 귀찮아도 불안하진 않았는데 에버런은 위로 난 구멍이 많아서 먼지가 많이 유입될 것 같다.
4. 비표준 전력관리 : 자체 어플의 아이콘과 생김새 덕분에 윈도우 표준 전력관리를 이용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표준 전력관리로 전환하면 이정도 배터리 성능이 안 나오는 걸까?
5. 최하단에 배치된 클릭/휠 버튼 : 베가와는 다르게 클릭/휠 버튼이 최하단으로 가 있는데 아무래도 세로 모드로 동작할 경우 조작을 쉽게 하기 위해 이렇게 설계한 것 같다. 그러면 가로 모드일때는 방향키를 좌/우는 클릭, 위/아래는 스크롤이 되도록 자체 어플을 통해서 기능을 제공하면 어떨까?
6. 리눅스 버전, 리눅스 드라이버 - 에버런 노트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에버런 후속작에도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사람들이 이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대개 가격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정말로 리눅스를 좋아한다. 반면에 드라이버 삽질은 너무나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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