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네시스 프리스타일 키보드 수리기 내가 쓰는 물건

키네시스Kinesis 프리스타일Freestyle 키보드를 올해 6월에 구매하여 사용하던 중, 문제가 있어서 수리를 받게 되었다. 경험이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적어본다.

문제

사용한지 약 3달 째에 갑자기 키보드가 오동작을 했다. 전날 밤에 분명 잘 쓴 채로 잠들었는데 일어나니 첫 타자부터 화면에 입력되지 않았고, Capslock이나 Numlock등의 키를 눌러도 전혀 키보드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저것 입력하다 보면 간간히 동일한 문자가 무한반복되곤 했다(예 : trtrtrtrtr...). PC에서 뽑아 노트북에 옮겨 끼워도 마찬가지였다. 연결하면 장치 관리자에 "USB HID Device"라고 표시되어 잘 인식되지만 정상적인 입력은 불가능했다. 다른 USB 키보드를 가져와 연결해 보니 즉시 잘 동작했다.

이후 두 달간 쓰지 않다가 사용하니 갑자기 잘 동작했다. 다만 이틀에 한번 꼴로 작은 오동작을 하더니 하루는 컨트롤 키가 락이 걸리거나 입력이 되지 않거나 무한반복되거나 하는 모습을 모두 보이고는 완전히 멎어버렸다. 처음 고장났을 땐 여름이어서 습기 때문인 줄 알았으나 나중에는 매우 건조한 늦가을이었으니 그도 아닌 것 같다.

A/S

프리스타일 키보드는 2년 보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키네시스 제품은 한국에서 A/S할 방법이 없다. 국내에 정식으로 판매된 적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현재 옥션 등에서 파는 물건은 대부분 해외 직수입 제품이거나 중고다.) 멤브레인이라 키보드 매니아 사이트 같은 곳에서 전문가를 찾아 맡길 수도 없다. 하는 수 없이 키네시스 고객지원 메일(techsupport@kinesis.com)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미국까지 키보드를 주고받기엔 시간도 오래걸리고 금액도 비싸니 내가 직접 수리할 방법이 없는지 문의했다.

키네시스 고객담당자는 내 증상과 키보드 뒷면의 시리얼 번호를 묻고는 부품과 수리 방법을 적어 보내주겠다고 했다. 9월 14일의 일이다. 그리고 두 달 뒤인 11월 10일 우편물을 받았는데, 송장번호 같은 추적할 방법이 없는 일반 우편이었으므로 그 사이 꽤 걱정을 했다.

배송받은 것은 다음과 같다. 부품 교체 방법을 적은 친절한 설명서와, 좌,우 한 쌍의 마일러Mylar 필름. 부품이라길래 PCB 기판을 예상했는데 마일러가 온 것은 다소 뜻밖이었다.


두 달만에 온 봉투

자가 수리

어지간한 내용은 다 설명서에 있지만, 직접 해보니 다소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여기에 적는다.


1. 우선 키보드를 뒤집어 8개의 나사를 빼낸다. 이중 하나에 워런티 씰이 붙어 있는데 별 수 없이 찢어야 한다.


2. 케이스를 분리한다. 어려우면 일단 좌우의 은색 부품을 꺼낸 뒤 윗부분을 좌우로 당겨 분리하면 된다. 약한 플라스틱이니 조심할 것.


3. 네 개의 나사를 분리한다.


4. 철판을 제거한다. 우선 둥그런 락을 드라이버 등으로 눌러 내린 뒤(1) 걸쇠 반대 방향으로 밀면(2) 쉽게 빠진다.


5. 마일러의 제거와 조립을 쉽게 하기 위해 기판의 나사를 제거한 뒤 마일러를 잡아당겨 뽑아낸다. 부품이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적당한 부위를 잘 잡고 잘 빼면 된다. 워낙 꽉 끼어 있어 따로 잠금쇠 같은 게 있는 줄 알았는데 웬걸, 그런 거 없다. 이후 왼쪽(현재 사진상으론 오른쪽)이 더 쉬우니 왼쪽을 먼저 하도록 한다.


6. 빼낸 자리에 새 마일러를 끼운다. 잘 잡고 잘 밀어넣는 수 밖에는 방법이 없다. 영 안 들어가면 좌우 교대로 조금씩 밀어넣는 방법을 쓴다.


7. 다시 끼워 넣을때는 마일러를 접어서 우겨넣어야 하는데, 마일러를 먼저 고정시킨 후 마일러 끝부분을 살짝 접으면서 기판을 고정하면 쉽다.


8. 다 되었으면 철판을 다시 끼우자. 이때 사진에 보이는 고무 같은 것이 철판 밑으로 깔려 들어가있지는 않은지 확인한다.


9. 반대편(뒤집은 상태로 왼쪽)을 할 때는 마일러를 고정할 때 사진에 보이는 부분의 분리된 고무(엔터키에 해당하는 부분)가 접점에서 벗어나 있거나 주변부의 고무와 겹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10. 왼쪽은 새 부품의 경우 마일러 끝부분이 완전히 들어가지 않아 애를 먹는데, 위에서 보이는 것처럼 철판의 윗 부분부터 끼워넣으면 쉽다. 이후로 다시 조립하기는 쉬우니 따로 적을 필요가 없을 듯 하다.

결과

수리 후 얼마 되지 않은 현재까지는 별 이상이 없다. 역시 좀더 쓰고 봐야 될 듯 싶다.
특기할만한 점은 기본 부품인 필름과 나중에 수리용으로 온 필름이 서로 다른 형태를 보인다는 것인데,
몇 가지를 살펴볼 때 수리용 부품이 좀더 개선된 최신판(?)인 듯 싶다.


사진 1. 기본 마일러(위)와 수리용 마일러(아래)


사진 2. 기본 마일러(흰색)과 수리용 마일러(녹색)

두 개를 놓고 보면, 우선 흰 색의 기본 마일러는 끝부분이 붙어 있지 않아 작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분리되는 반면 녹색의 새 마일러는 끝부분이 완전히 봉해져 있어서 분리가 불가능하다(사진 1). 아무래도 새 마일러가 습기나 이물질에 더 강한 면모를 보일 듯 하다. 그리고 두 개를 덧대어 보면 접점은 거의 동일하지만 새 것이 훨씬 깔끔한 배선을 가지고 있으며, 몇몇 불필요한 접점은 빠지기도 했다(사진 2). 내가 겪은 문제들이 일반적인 것은 아닌지 살짝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Tag :
, , , , ,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