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LH2300)를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면서 IT 생각

일반 휴대전화기를 쓸 때마다 느끼는 답답함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답답함은 대개 나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어(혹은 구해서)넣을 수 없다는 점이나 동영상/음악 재생시 지원 포맷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 인터페이스가 개선의 여지가 안 보이는 데다가 커스터마이징도 어렵다는 점에서 오는데, 특히 지원 포맷의 경우 이통사에 의한 의도적인 기능 제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무척이나 짜증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작년 7월 경 휴대전화기를 교체하면서 아르고(LH2300·사이언 터치웹폰)를 선택한 것은 우선 너무나 얇고 단순한 모양새와 3인치 WVGA의 선명한 LCD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고, 또 군 제대 후 첫 기변이었기 때문에 그 사이의 비교적 긴 시간동안 일반 휴대전화기에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져 내가 원하던 부분을 상당히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어제 아르고를 공기계로 만들면서 약 7개월동안 쓰면서 느낀 것이라곤 그동안 변한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장점들

물론 아르고는 보기 드문 좋은 폰이다. 주위를 둘러 보고 인터넷을 뒤져 봐도, 이만한 폰은 흔치 않다. 이 기종에 대한 좋은 리뷰는 인터넷에 수도 없이 많으니 간단하게 몇가지만 나열해 보자면, (출시 시점 기준임을 양해 바라며)

1. 풀브라우징 - 처음에는 이게 뭐 작고 느려서 얼마나 쓰겠냐고 했었다. 그런데 쓰게 되더라. 그것도 많이. 지하철 등에서 서서 이동하는 동안 심심할 때, 친구와 대화하다가 검색할 일이 있을때, 길을 찾을때, 쇼핑하면서 최저가를 알아볼 때 등등 의외로 다양하게 활용했고, LH2300W 업그레이드를 받으면서 웹뷰어 모드가 추가된 뒤로는 인터넷이 쾌적해져서 더 많이 쓰게 되었다.

2. 액정 - 처음 3인치 WVGA 화면을 봤을때 느낀 감정은 경이 그 자체였다. 정확한 크기의 선명한 사진을 배경으로 넣으면 너무 또렸하고 선명한 나머지 자꾸만 보고 싶어진다.

3. 매우 빠른 ez-i - 리비전 A는 WAP 인터넷을 매우 쾌적하게 만든다. 네이버 카페나 다음 아고라 등 WAP을 지원하는 사이트는 웹뷰어보다 이쪽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빠르고 인터페이스도 편리하다.

4. 풀터치 - 처음에는 문자 보낼때 제 속도가 안 나와 고생했으나 나중에는 손톱으로 쓰는 것에 적응되면서 한손으로도 쉽게 쓰게 되고, 지금은 버튼이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모바일 인터넷을 할 때 방향키를 누르지 않아도 되어 더욱 편리한데, 여기에 큼직한 이미지 위주로 구성된 오즈 라이트는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었다. 지하철 노선도도 이용하기 편하다. 햅틱처럼 섬세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전체적인 UI가 쓸만하다.

5. 뮤직온 - 리비전 A의 위력이겠지만 뮤직온 스트리밍 요금제를 이용하면 뮤직온에서 무제한으로 실시간 스트리밍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단지 모바일 스토어에서 한 곡 들을때마다 꼭 두 세번씩 버튼을 눌러줘야 하는 쓸데없는 뮤직온의 UI가 문제지만, 언제 어디서든 듣고싶은 곡을 찾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 아닐 수가 없다.

6. 필기 인식률 - 숫자'4'같은 몇몇 글자를 제외하면 예상보다 필기 인식이 꽤나 잘 되는 편이다. 같이 쓰는 스마트폰의 기본 내장 필기 입력기보다 잘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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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들

이렇게 장점이 많은 아르고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첫번째로 음악 및 동영상 재생의 문제인데, 수년전 구매한 MP3폰인 LP3400는 외장 메모리에 MP3 파일을 넣으면 바로 플레이가 되었던 반면 아르고는 반드시 모바일 매니저를 통해 변환하여 넣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변환한 파일을 리더기에 곧장 넣을 수가 없기 때문에 휴대폰에 메모리카드를 넣은 채로 넣으면서 느린 속도를 감내해야 한다.  같은 LGT이고 최고급 모델들인데 해가 지나면서 어째서 개악이 된 것일까? 그나마 WMV나 OGG 같은 포맷들은 변환이 지원되지도 않는데, 해외 출시되는 LG의 휴대전화기들에서는 일찌감치 지원되고 있는 동영상 포맷들은 말할 나위도 없어 보인다.

다음으로 오즈를 활용할 방법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노트북에 연결하여 REV.A망으로 인터넷을 하지 못하도록 한 점이나(사용자 설명서를 보면 본래 가능한 기능으로 추정되는데도 불구하고) 브라우저에서 지원되는 포맷 이외의 실행 파일등 다른 파일들을 저장하지 못하는 점, 스마트폰의 웹뷰어에서 지원되는 '텍스트 보기'같은 기능이 없다는 점(뉴스 기사 등을 읽을때 대단히 편리하다), 모바일 블로깅이나 모바일 네이트온 등을 이용한 메시징에서 사용될 여지가 많은데도 블루투스 키보드를 지원하지 않는점 등은 많이 아쉽다.

세번째로 (좀 많이)섬세하지 못한 인터페이스다. 예컨대 오즈 메뉴의 바로가기를 반드시 브라우저 안에서만 만들 수 있는 것이나(몰라서 한참 헤맸었다) 메인화면의 바로가기를 주요 기능 몇개 가운데서만 골라 넣을 수 있도록 한 점, WAP 뷰어에서 글자 크기를 변경할 수 없는 점, 탭당 8개라는 제한 때문인지 비직관적으로 분류해 놓은 4개의 메뉴 탭 등 '조금만 더 다듬었더라면'하는 생각이 드는 인터페이스가 쓰다 보면 많이 나온다. 그밖에 LGT 자체 프로그램으로 추측되는 위피 프로그램용 가상 키패드 입력기나 뮤직온의 문자보내기 인터페이스 는 기기에 내장된 기능과 통일성이 없는데서 그치지 않고 대단히 나쁘다.

네번째로 다른 기기와의 연결성이다. 그림 메모, 음성 메모, DMB 영상 같은 파일들은 그냥 기기 안에 방치해두어야만 하는 점이나, 대부분 싸이언 기기들이 주소록에서 생일 설정을 지원하는데도 정작 모바일 싱크 프로그램에서 지원하지 못해 내용을 옮기려면 생일 정보를 모두 버려두어야 하는 것 같은 점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결국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이유

보통의 휴대전화기를 쓰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햅틱 1.5나 아르고의 W 유상 업그레이드 같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체로 버그 해결을 제외하고 소프트웨어 개선은 거의 없는 편이다. 명백하게 불편하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대개는 새로 출시되는 다음 휴대폰에서나 개선된다. 그런데 이통사의 정책에 따라 MP3 재생처럼 차기 제품에서 오히려 개악되는 부분도 생긴다. 필자의 경우 비교적 적극적인 사용자 층에 속하기에 이런저런 건의도 넣어보고 하지만, 대체로 개선이나 지원이 이루어질지 어떨지는 앵무새같은 말만 반복하는 상담원의 지리한 답변만 보아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런 부분에서 생기는 답답함은 필자가 오픈소스 개발자이기에 더욱 심하게 느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수년간 휴대전화기를 쓰면서 이런 점들에 염증을 느낀 필자의 답은 스마트폰이다. 리모나 안드로이드 폰이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뻔 했지만, 어느정도 UI 구성 및 개발과 설치에 자유도를 주는 점에서는 윈도우 모바일로도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프로그램을 찾아 전체적인 기능을 구성하고, 부족한 부분은 직접 만들어 넣으면 된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이 정답이란 소린 아니다. 스마트폰은 무겁고, 불편하고, 문자는 물론 때때로 전화조차 놓칠 정도로 불안정하며, WINC, MMS등 관련 서비스나 이통사의 지원도 부실하고, 현재 국내에 아르고보다 나은 액정을 가진 제품이라곤 옴니아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비싸기까지 하다. 그러나 필자처럼 완전한 개선 및 커스터마이징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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