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의 수명은 어느정도일까. IT 생각

내가 지금 사용중인 노트북, LG전자의 LM70을 처음 구입한 것은 2005년 3월인데, 지금으로부터 약 3년 7개월 전이다. 본디 내가 노트북 교체 주기를 1년으로 잡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선전이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된 이유는 당시 내가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즉 1년 뒤에 교체하기에는) 좀더 비싼 노트북(구매당시 삼백만원대)을 구매한 데다가, 그 뒤로 내 마음을 확 사로잡는 노트북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이 제품을 쓴 이후로 듀얼코어의 압박 이외에는 더 나은 성능의 제품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점이 작용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제품, 이 이상 오래쓰기에는 무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상 징후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고작 먼지 쌓인 팬을 청소하기 위해 A/S센터에 갔을 뿐이지만, 8개월 전 즈음에는 갑작스레 부팅이 안 되었다. 수리하러 가니 USB 모듈이 고장나서 교체해야 한다기에 그렇게 하라고 하였는데, 돌아와 보니 이번에는 내장 VGA카드가 맛이 갔는지 액정에 빨간줄이 죽죽 그어졌다. 수리기사가 거듭 사과하며 (CPU가 내장된) 메인보드를 교체해주는데 하는 말이, 이 제품은 나온지 오래되어 신품 부품을 구할수 없기 때문에 별수 없이 남아있는 중고 부품으로 교체를 하여 준단다. 그래도 잘 되기만 하면 되었지 신품 중고품을 크게 따지는 성격은 아닌지라 그러라고 하고 돌아왔더니, 이번에는 하단 발열이 거슬릴 정도로 심해졌고(혹시 이것 때문에 반품된 제품이 내게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선랜 감도는 (듀얼 헥사 밴드 안테나가 무색하게도) OS와 AP를 바꿔가며 기를 써도 802.11G 네트웍에서 24M급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기이한 증세를 보였다.

배터리가 방전된지도 한참 되어 올해 초 호환 배터리를 구매하였는데, 모델명처럼 제품의 용량도 다른지 최대 충전시 1시간 30분으로 '표시'되는 -즉 실사용 시간은 1시간에도 못 미치는- 데스크노트 수준의 전력 효율을 보였다. 하는 수 없이 4개월 정도 지나 정품 배터리를 새로 구매하였다. 이렇게 해결하고 나니 이번에는 지나치게 어두워진 액정이 거슬려 사용을 포기하는 수준에 이르렀는데, 액정을 교체하려고 보니 LG전자의 인터넷 상담원은 27만원, 수리센터의 기사 아저씨는 34만원, 용산의 LCD 교체 업체는 19만원을 불렀다. 조금 얹으면 중고 노트북이나 UMPC 혹은 넷북 한대 값이지만 액정 때문에 교체하는 이상 중고는 상상할 수 없고, 새 제품을 구입할 경우 지금 사용하는 노트북이 그래도 프리미엄급 인지라, 풀사이즈 ER키보드/1394포트/X600급 이상의 3D카드/기가비트 이더넷/익스프레스카드 슬롯/S-ATA 하드/동급최저무게(LM70의 경우 15인치에 2.3kg)/1400x1050 해상도의 S-IPS LCD패널 같은 특징들 가운데 상당수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생긴다. 문제는 저 모든 것들에 내가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후속작을 구매할 작정으로 최신의 X노트를 알아봤으나 바야흐로 저가형 노트북의 시대인지라 모든 점에서 후속이라고 할 만한 제품은 찾을 수가 없었다.(이 '모든 면에서 후속'을 찾기 힘들다는 점은 지금 가진 미놀타 D5D 카메라를 업그레이드하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로 날 괴롭힌다) 결국 3년전 나온 노트북만도 못한 성능의 넷북이나 필요치도 않은 성능에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최신 프리미엄 노트북이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되어, 액정 교체로 마음이 급속하게 기우는 중이다.

종합하면, 지금까지 내가 이 노트북에 들인(/들일) 비용은 이 정도다(2008년) :

USB 모듈 교체 6만원
호환 배터리 4만원
정품 배터리 8안원
액정 교체 비용 19만원

발열과 무선랜 감도가 여전히 문제이나 마침 추워지는 시기이고 유선랜이나 와이브로를 쓰는 시간이 많아져 내년 봄까지는 무난하게 사용할 것 같다. 액정 비용이 좀 크지만 내년 봄까지 쓰는 댓가로는 그렇게 비싼 돈이 아닌 듯 하다.

한편 한 지인께서는 자신이 처음 번 돈을 모아 구입한 노트북이라는 이유로 펜티엄 1급의 도시바 노트북을 여전히 소장하고 계시는데, 액정에 붉은기가 좀 도는 것을 제외하면 아직도 쌩쌩하다는 점에서 2000년대의 프리미엄 노트북들과 비교가 되는 것 같다.


덧, 요모조모 알아본 결과 관심 가는 제품들이 좀 생겼다. 만일 A/S가 확실한 국내 제품으로 12/13.3인치에 1.2kg대의 퓨마 플랫폼 탑재 노트북이 나와준다면 그땐 확실하게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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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에 쓴 글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XE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삭제되어 다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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