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에이즈 - AIDS TIMES 참여 후기 생각

늦게 쓰는 후기 - 지난 주에 동성애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팀의 연중 교육프로그램인 '살롱 드 에이즈'– AIDS TIMES에 참여했습니다. 그간 제 주변에서는 에이즈에 대한 강좌나 캠페인이 종종 벌어지곤 했음에도 저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주제였는데, 최근에 활동가 윤가브리엘님의 저서 '하늘을 듣는다'를 읽은 것이 직접적인 관심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후 이 프로그램을 알고선 참여해보고 싶었으나 제 기초지식이 매우 일천해서 망설였는데 다행히 담당자분이 문제 없다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살롱 드 에이즈 두번째 시간이었던 이번 'HIV/AIDS TIMES – 에이즈 혐오기사 다시쓰기'에서는, 언론 보도에서 드러나는 편견과 혐오, 잘못된 사실들을 알아보고 함께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먼저 작년 말에 조선일보를 통해 보도된 "다 꺼리는 에이즈 환자…병원 문 닫을 각오로 돌봐"라는 기사를 읽어보고 문제점을 적어봤는데 첫 문장과 사진에서부터 눈쌀 찌푸려지게 만드는 대목들이 이어졌습니다. 저처럼 지식이 일천한 사람이 보기에도 악의적으로 느껴지는 사례 선정이나 거의 인격으로 대우하지 않는 감염인 묘사도 문제였지만 가장 불쾌했던 것은 이 기사의 목적이 단지 (왜곡이건 아니건) 실상을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거의 '이런 자들까지 우리(독자-사회)가 보살펴 줘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에이즈를 감기나 암 같은 다른 병들처럼 자연스럽게 대하도록 하는 것이 곧 감염인들로 하여금 더 쉽게 자신을 드러내어 필요한 치료를 받게 하고, 비감염인들이 정확한 정보를 가지게 되어 예방을 늘리고 사회적으로도 확산을 막는 길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요? 말미에 병원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에서 보건대 기자는 아마도 이 기사를 통해 여러 단체와 당사자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 참고로 이 기사에 대한 자세한 비판은 무지개행동의 성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lgbtact.org/?p=557 )

이런 제 생각을 포함해 참가자들의 의견들을 모은 각 팀의 발표가 있은 뒤에, 이번엔 기존에 혐오기사로 보도되었던 다른 사례들을 놓고 기사를 인권 친화적으로 다시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팀에서 고른 사례는 행방불명되었던 한 30대 감염인이 10년간 행방불명 되었다가 가평에서 발견된 사건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의문 속에서 내가 기자라면 어떤 사실에 중점을 둘 것인지를 고민했는데, 저는 왜 당사자가 10년간이나 사회에서 스스로 지워지려고 했었는지, 주위에서 감염인을 '관리'하는 와중에 고인의 신변에 어떤 인권 침해나 감염사실 노출 같은 일은 없었는지 궁금해 그것을 중심으로 헤드라인을 뽑았습니다. 사실 무미건조하게 전달될 수도 있는 사건 사례인데 에이즈에 관심이 생긴 덕인지 여러가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 흥미로웠고 다른분들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에이즈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행동해볼 기회가 매우 드문 일상에서 두 프로그램 모두 무척 유익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저처럼 기사나 주제에 대한 지식이 충분치 않은 사람을 고려해 좀더 설명을 곁들여주시거나 자료를 강화해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앞에 언급한 기사의 경우 병원과 단체들과의 분쟁을 다루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소개해 주시거나, 시간상 어려우면 반박 기사나 기존에 냈던 논평 등을 자료에 기재해 주셨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기사쓰기 시간에는 좀더 풍부한 정보가 주어졌으면 기사를 쓰기 더 쉬웠을것이란 점이 아쉽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러시아와 포스트 소비에트 공간의 HIV/AIDS'를 주제로 진행된다니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접수를 받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시간을 마련해 준 주최측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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