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데이블린 양.
아침부터 일이 많아 저녁 늦게까지 자니와 참 바빴습니다. 이미 녀석은 잠이 들었고, 저는 책을 읽다 당신의 이름과 같은 사람이 주인공임을 보고는 생각이 나 편지를 씁니다. 이곳은 지금 봄이에요. 아침만 되면 따스한 햇살이 집 창가에 스며들어 은은한 빛깔로 물드는 것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비록 자니는 매일 아침마다 침대에 땀을 흠뻑 적시지만요. 자니는 땀이 참 많아요. 런던은 지금 겨울이겠지요? 눈에 쌓여 하얗게 변한 도시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지난번에 보내주신 선물 잘 받았습니다. 당신의 아이들이 만든 색종이 보석 상자를 보고는 남편과 저는 참 기뻤답니다. 설마 그 안에 진짜 제 반지가 들어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잃어버린 제 반지를 찾아주시느라 수고하신 데이블린 양과 아이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런던에 겨울이 지나면 아이들과 이곳에 찾아주시는 건 어떠세요? 마을에 사람이 많지 않아 당신들이 와주신다면 분명 축제가 벌어질 거예요. 우리는 항상 데이블린 양과 당신의 아이들이 이곳에 찾아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무엘도 당신을 무척 보고 싶어 해요. 그는 날마다 남편을 도우면서 꾸준히 글을 쓰고 있어요. 이제는 마음의 중심을 잡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모습을 쓰는 것보다 정말 한번 찾아오시는 것이 더 편하겠어요. 아, 내일 오셋과 과자를 만들 날임을 잊었네요. 그럼 저는 이만 당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잠을 자야겠습니다. 꼭 찾아오세요.

그 때 우리가 보았던 무지개를 잊으시진 않으셨겠지요.

                                                                    클라라

- 1969년 3월 12일 -



- 아이들은 아무리 호기심이 많아도 기린처럼 목이 길어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