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차를 탈 때마다 거꾸로 앉길 좋아했어.
내가 왜 그런지 물어봐도, 그저 언젠가 알게 된다고만 말했었지.
그런데 믿을 수 없는 너의 자살이 있은 뒤,
오늘 날 이렇게 기차에 거꾸로 앉아 창밖을 보면.
마치 너와 함께 했던 지난 날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기차가 도착한 곳은 너를 향한 과거가 아닌,
미래가 현재를 감싼 남쪽의 작은 시골 마을뿐인걸.
이런 허무함을 견디지 못해서일까.
너를 따라갈 다짐은 벌써 했는데,
이미 네 마음에 가득 찬 과거 그 남자의 자리.
내가 빼앗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지금껏 살아오고 있어.
옛날로 돌아가는 기차표 따위는 이제 믿지 않아.
그런데도 나는 아직 거꾸로 앉아
종착역에서 기다리는
손을 뻗으면 품에 안을 수도 있는
과거의 너를 꿈꾸며 잠들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