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재즈와 담배를 함께하며 감정을 더듬어보지만
정액을 닦고 널브러진 휴지가 가득한
그런 방 안에 속옷만 걸친 나로서는
마치 스스로 쇼 무대에 오른 기분이었다
저 구경하는 휴지들이 비웃는 소리가 자꾸만 들리지 않나
꿈 뒤에 항상 깨어나는 것이
매력 뒤에 역겨운 나와 닮았다고
자기들에게 감출 수 없는 내 지저분한 흠집을
그들은 너무나 집요하게 찔러댔다

하지만 결국 재즈는 연주를 멈추고
담배 불은 그보다 일찍 꺼지지 않던가

어느새 웃음 소리는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