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어느 날, 계절은 생각나지 않는다.

작은 꼬마 아이였던 나는 텅 빈 동네 한 편에 기대어, 친구들과 내가 붙인 판박이 스티커를 살펴보고 있었다. 어쩐지 조용한 그 날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랄 그 평화가 아무렇지 않은 듯, 구름 없이 파란 하늘과 바람에 한들거리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아래 푹신하고 따스한 이불이나 다름없는 내 동네를, 돌들 사이에 유난히 초록색 이끼가 많았던 내 동네를, 그 모든 것으로부터 아낌없이 향기를 내뿜었던 내 작은 동네를.

세상을 울리며 날아가던 비행기가 꼬마의 숨소리와 함께 삼켜버린다.

그리고 나는 다시 현실 앞에 놓여 미치도록 돌아가고픈 1994년에 어느 날을.

이렇게 구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