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일하시는 가계로 가는 길
지하철 출구를 딛는 내 발걸음이 무겁다

구두약 냄새와 열쇠집 쇠 냄새가 그윽한 귀퉁이에
정신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 사이로
술집 전단지가 도배된 전봇대에 장사꾼이 기대 담배를 피운다
길거리 포장마차의 튀김 냄새가 골목에 들락거리는 앞치마에 배고
우중충한 하늘 아래 국산 오토바이는 사람들 옆에서 말썽인데
어느새 쓰레기로 어지러진 양갈래 길 앞에 서서 보니
막상 아버지께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마음이 참 어지럽다

주머니에는 라이터밖에 없고 배도 굶어 이제 막 죽을 지경
내 뒤통수를 툭 치며 한 손에 삼겹살과 소주를 들고 언덕을 오르시는 아버지

나는 말 없이 따라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