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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희생
Catastrop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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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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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운답시고
거지마냥 빈손으로 살아갈 나를
그녀가 따라와 주길 바랐다
밤새 고독을 찾아
생각만큼 참을 수 없는 굶주림에
보잘 것 없이 쓰러져 있는 내 곁으로
그녀가 머물러 주길 바랐다
들 뜬 세상 앞에 두 눈 가리고
불빛에 되돌아 선 채 홀로 남은 나를
그녀가 사랑해 주길 바란 건
악마처럼 그녀의 희생을 달라는
모진 시인의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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