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운답시고
거지마냥 빈손으로 살아갈 나를
그녀가 따라와 주길 바랐다

밤새 고독을 찾아
생각만큼 참을 수 없는 굶주림에
보잘 것 없이 쓰러져 있는 내 곁으로
그녀가 머물러 주길 바랐다

들 뜬 세상 앞에 두 눈 가리고
불빛에 되돌아 선 채 홀로 남은 나를
그녀가 사랑해 주길 바란 건

악마처럼 그녀의 희생을 달라는
모진 시인의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