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가 찾은 바다는
영화처럼 한적하고 우아하진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수영을 하고
뜨거운 흙 위에 누워 햇볕을 쬐거나
요란한 파라솔 밑에서 음료수를 빨고 있을 뿐

늘 그려왔던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는 신발을 벗고
바람 앞에 서로의 손을 잡은 체
얕은 바닷물에 발을 딛고 천천히 걸었다

장난스러운 아이들이
해변에서 발장구를 치고
그녀와 나에 마른 옷을 적시고 말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즐거웠다

그때
혹시 넌 소곤거리는 내 기도를 들었을까

"해변이 끝나지 않기를
태양은 가라앉지 않기를
그리고 사랑은 영원하기를"

너는 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