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앞에 두고 무얼 칠까 생각하고 있다. 가슴 뜀에 따라 손 끝이 머뭇거리고 KEYBOARD 에 겹겹으로 쌓인 더러움이 손톱 사이로 끼어든다. 우물쭈물 흐리멍덩 무얼 쓰고 있는지 모르겠고, 몇 글씨 치는데 왕떡 다섯을 한 입에 넣어 삼키는 시간 보다 오래 걸리는 것 같다. 해는 구질구질한 22층 APT 뒤에 가려졌는데도 왜 바락바락 따끔한 빛을 쏴질러대는지 얄밉고,(APT가 그리 미울까) 먼지 붙은 유리 지나 저- 쪽 용산전자상가의 다닥다닥 붙어있는 복잡한 건물들을 보니 괜히 짜증이 나 허리를 뚝 소리 나게 펴고 자유 여신상이 쓰러지 듯 오른손을 든 체 벌렁 누운다. 그리고 기지개를 켜며 어지럽고 따분한 기운을 귀 밖으로 짜내면 참 좋지.(과연 좋구나) 머리 속에서 과웅- 하는 소리를 듣고 한참 온 몸을 꼬고 있는데, 울컥 슬퍼지면서 정말 이렇게 심심해도 되는거냐 하는 말을 중얼거린다. 이백 마흔 아홉번째에서 세는 것을 고만둔 한숨. 지금도 그 한숨을 푸푸 내쉬며 지겨운 집 안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꼭 세간 위에 놓여 있는 '어쨌든 마시면 죽어" 고량주, 어릴 때 다닥다닥 용산전자상가 어딘가에서 산 Television, 햇빛은 제대로 가리지 못 하는 꼴에 먼지만 풀풀 털어대는 오줌 빛깔 Curtain, 여기저기 내 다리 털 만큼 막되고 약스러운 검은 색 전깃줄들, PC, 놀이 CD, 빨간 벽 시계, 서랍 손잡이, 국화 모양 밥상, 방바닥에 머리카락, 뒤집힌 개 밥그릇, Remote Control, 끈 풀린 신발, 보꾹에 네모 모양 형광등, 시들지 않는 가짜 꽃, 새로 나온 Video, 벽걸이 전화, 낡은 가죽 의자, 긴 거울, 꽃 없는 꽃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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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보이는 들옴말과 문명이 쏟아낸 수 많은 것들. 나를 비웃는 멍청이. 시간 만큼 끈임 없는 소리. 더러운 흐름. 어렵게 말하는 이야기, 반드시 들리지 않을 땅. 결코 우주로 날아가지 않는 새의 진짜 날갯짓. 그리고 아까부터 APT와 힘을 겨루는 해. 바로 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