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의 등은 새우처럼 굽었다. 장씨의 복수뼈에는 어른 손톱 크기의 나사가 박혀있고 후천성면역결핍증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장씨는 도박을 좋아한다. 동양식 화투건 서양식 카드건 가리지 않는다. 그는 크고 작은 돈과 손이 오가는 승부의 현장을 사랑하는 것이다. 도박을 좋아하는 만큼 장씨의 인생관은 다소 허무하다. 내 인생은 점 없는 주사위의 연속이다. 장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언제나 담배에 불을 붙인다. 이유는 나도 모르지만 언제나 그런 식이다. 장씨에게는 부인이 있다. 정식으로 혼인한 사이는 아니나 둘의 태도는 부부와 같이 자연스럽다. 부인의 성은 양이다. 사람들은 흔히 양씨를 꼴통이라 부른다. 역시 그 까닭은 전혀 알지 못한다. 어쨌든 양씨는 장씨와 달리 도박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이 말은 어디까지나 '즐기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전혀 싫어한다거나 멀리한다는 뜻은 아니다. 양씨도 때로는 장씨와 같이 화투를 둘 때가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장씨는 죽음을 뒤에 두고 언제나 도박에 빠져있다. 물론 장씨가 도박을 사랑한다고 해서 도박 역시 장씨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니다. 식은땀 흘리며 거액의 돈을 던지면 도박은 차갑게 장씨를 무시할 뿐이다. 그래서 장씨에게는 빚이 많이 있다. 일년삼백육십오일 집 앞에서 빌려간 돈을 받기 위해 몽둥이를 들고 설쳐대는 사람들의 독촉은 없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인 것이다. 막대한 돈을 빚지고도 다시 돌려받기 위해 찾는 사람이 없다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 사실인가. 하지만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흥미로움의 향기가 너무 얕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것이 장씨의 생활이다. 과연 이것을 삶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나는 심심한 고민을 하였다. 많은 생각의 전선들이 엉키고 풀렸지만 결론 앞에서는 모두 의미가 없었다.

장씨는 삶을 살고 있다.

- 지구의 주인은 먼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