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죽은 사람의 책을 읽는 것은 우울한 일이다
설령 그 책이 즐겁거나 밝아도 말이다.
가끔 죽은 이가 책을 통해서 내게 물어본다.

"왜인가?"

나는 왜 대답을 해야하는지 모른다.
설령 그 답을 알아도 말이다.
하지만 왜 대답을 해야하는지 물어봐도 죽은 이는 아무 말이 없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살아 있는 이를 찿아 물어본다.

"왜인가?"

그렇지만 가엾게도 산 이들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망설이는 것 같다.
설령 내가 묻지 않아도 말이다.
이제 나는 무엇이 되는건까?
마치 내가 죽은 듯, 내가 보이지 않는 듯.
답을 가르쳐줄 가치도 없는 듯.

죽은 이들은 산 이들에게 묻는다.     - +
산 이들은 산 이들에게 묻는다.        + +
산 이들은 죽은 이들에게 묻는다.     + -
그리고 죽은 이들은 나에게 묻는다.  - ?

"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