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생각이 났어. 제법 마음에 드는 제목인데도 그 꼬리는 생각이 안나.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 그래서 너를 부른거야. 네가 누군지도 모르고 생김새와 생각도 몰라. 너도 마찬가지겠지. 나를 알아? 내가 나를 말해주었니? 모르잖아. 모르면서 넌 여기로 들어와줬어. 이곳에 오기 위해 너는 어떠한 문을 지났니? 음, 문이라기 보다는 얋은 천을 스치고 왔을꺼야. 아주 얋은 천. 이곳은 내 방이야. 그런데 나는 나가고 들어올 구멍을 만들지 않았어. 내가 만들고 말고 그건 처음부터 없는거야. 그런데 네가 만들어줬어. 네가 내 부름을 듣고 둥그런 내 방을 뚫고 지나왔어. 문을 열고 들어왔는지, 벽을 부수고 들어왔는지, 천을 스치고 들어왔는지 상관 없어. 어찌되었든 너는 지금 내 방에 있는거야. 어떠니? 내 방들이 어때? 나는 많은 방을 가지고 있어. 너무 큰 것은 없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방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만들거야. 계속 내 방에 올래? 너를 위한 달콤하고 부드러운 사탕은 없지만, 대신 다른 것을 줄 수 있을지도 몰라. 너는 내 방이 따분할거야. 그래서 지루한 표정으로 방을 나가더라도 나만은 기억해줘. 따분한 방을 만든 사람. 따분한 방에서 살고 있는 사람. 뭐든지 좋으니 나를 기억해. 그것만 기억해주면 결코 너를 저주하지 않을게.

- 나를 기억해. 그리고 나와 내 기억이 바뀌는 것을 기다려봐 -

- 방이 방을 말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