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계를 본다.
시계는 네모형의 자두색으로 살색 벽종이에 걸려있다.
초 씨가 분주하게 9시 벽을 타고 있고,
분 씨와 시 씨는 그저 멍하니 초 씨를 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창 밖을 본다.
와인잔이 어둠 속에 놓여 달빛에 비친 듯이
저 도시의 빛도 우아하게 깜박인다.
참으로 아늑한 밤인 것이다.
나로선 어쩔 수가 없다.
아니, 나는 어쩌고 싶었다.
그래서 시 씨를 7시 쪽으로 옮긴 것이다.
옮기는 사이에 분 씨가 검지 끝에 걸려 같이 7시 쪽으로 움직였다.
7시 정각 35분, 어딘가 신비한 시간이었다.
초 씨는 1시에 미끄러지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나는 기대하며 창 밖을 바라보았으나
해는 떠오르지 않았다.
억누를 수 없는 실망이었다.
그대로 나는 주저앉아 풀이 죽은 채로 캄캄한 창 밖을 노려보았고
잠시 뒤 방에서 자던 유미가 깨어나 큰방으로 나왔다.
찌푸린 눈으로 시간을 보고는 흠칫 놀라 잠옷을 벗고 세수를 시작하는 유미.
나는 묵묵히, 천천히 잠이 들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때 해는 눈부시게 떠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정확히 7시 정각 3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참으로 신비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