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새벽 가만히,
거뭇거뭇 엉킨 전깃줄에 어젯밤 사이 내렸던
부슬비 몇 방울이 매달려있었다

잠자코 손을 놓아버리면
저 아래 고인 깊은 진흙탕 속에 잠길 터
그 흐름만은 죽어도 싫은지
녀석들은 검은 가닥 하나 질끈 부여잡고
곧 떠오를 햇빛에 제 몸을 던질 다짐이다

결코 똑바른 두 눈
목구멍 침 넘어가는데

빨간 집들 뒤로 몰래 울어대던 몇 마리 철없는 참새들이
어느 새 잽싸게 날아와 부슬 빗방울 매달린 전깃줄 가닥에 늘어져 앉는 것이 아닌가

그 참에 모두가 소용돌이 속에 휩쓸리고
요 뻔뻔한 참새들은 한두 번 제 겨드랑이를 핥더니

얄미운 저 두 날개를 펴고
금빛 햇살 가까이 날아가 버린다

한번도 되돌아보지 않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