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도 길고 밤은 유난히 더 길었습니다. 환자들의 신음 소리가 커튼 밖에서 밤세도록 이어졌습니다. 기관지에서 가래 뽑는 소리, 간호사의 수다 소리, 생명 유지 장치의 비프음. 천장의 불규칙한 무늬들 사이에서 사람의 표정을 찾는 것이 저의 유일한 놀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애써 찾아낸 표정들은 날이 밝으면 다시는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1시간마다 표정 없는 간호사들이 심박수를 체크하고는 휙 돌아갔습니다. 그 중에 1년차인 윤 간호사는 아직 때묻지 않은 친절함이 미소로 나타났습니다. 잠이 오지 않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튜브에 고인 핏방울이 수면 주사에 밀려 혈관 속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잠시 눈을 감고 현실을 도피할 수 있었습니다. 간 밤에 누군가 죽었습니다. 급히 연락을 받고 온 유가족들은 침대에 동그랗게 서서 훌쩍거렸습니다. 내 목숨을 줄 수 있다면 나는 저 가족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나요. 아니 내가 죽으면 누가 누가 필요한 것을 잃었다고 슬퍼할까요. 의사가 장치를 제거하자 장정 몇이 병실 밖으로 침대를 끌고 나갔습니다. 다음 날 새 시트를 깐 침대는 또 다른 중환자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점심이 되자 병원에서 일하는 목사가 찾아와서는 뜬금없이 제 손을 잡고 신께 기도하라며 설교를 시작했습니다.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었더니 목사는 제 어께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돌아갔습니다. 개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동안 손에 남은 그의 온기는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 밤 간호사에게 목사님을 불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미 퇴근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보호자라도 불러주겠다는 간호사를 말리고 저는 다시 천장 위에 표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표정들은 하나 같이 일렁이고 있어 대체 웃는 얼굴인지 우는 얼굴인지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