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냐 결핍이냐.
왜 상대를 좋아하게 되는 걸까.

1. (지성적)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줄 수 있을 때. (예, 돈, 사물, 우연적 만남, 능력의 인정, 지식, 섹스, 지위, 정서적 안정, 다양한 류의 만족감 등)
2. (본능적)나의 열등한 부분을 상대가 우성으로 진화 시킬 수 있을 때. (예 : 외형적인 끌림, 섹스하고 싶다는 감정, 등)

1번의 예를 들면, 무의식 속에 자신이 지적으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주로 명문대나 자신보다 똑똑한 사람들을 원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거나 인정 받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어떤 공동체에서의 강한 존재감이나 능력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고로 그런 환경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다. 물론 일시적인 설레임을 느낀다.

2번의 예를 들면, 특별한 까닭 없이 어떤 사람에게서 매력을 느낀다거나, 주로 외형적인 부분, 발달한 신체, 깨끗한 피부, 마음에 드는 얼굴, 긴 다리, 멋진 손가락, 풍성한 머리카락, 건강한 오장육부 따위가 있다. 아름답거나 멋진 사람을 원하는 것은 바로 더 우월한 후세를 갖기 위한 본능 때문이다. 동물이나 자연은 이 본능에 철저하다. 하지만 이 본능이라는 부분에서는 주의할 것이 있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 자연이 아닌 사회이므로 이 사회에서의 생존을 기준으로 본능을 정리하는 것이 맞다. 아름다운 사람을 원하는 것은 본능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에서 아름다운 것을 추앙하기 때문에 지성적인 만족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1번과 마찬가지로 2번 역시 일시적인 설레임을 동반한다.

따라서 1번과 2번의 예는 독립적이지 않고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아름다운 사람을 원하는 것은 본능이지만, 아름다운 사람과 연예를 하고 있다는 만족감은 지성적인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을 원하는 것은 지성적인 것이지만, 돈이 많은 사람과 사귀면서도 돈 없는 잘생긴 남자와 섹스하는 것은 본능적인 것이다. 반대로 잘생긴 남자와 결혼한 것은 본능에 의한 선택이지만, 결국 돈 많은 사람에게 떠나는 것은 지성적인 것이다.

현대의 사랑이란, 아니 인간의 사랑이란 동물적인 본능과 사회적인 지성. 극단적으로 이런 메커니즘에 의하여 작동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지성적으로 무엇을 필요로 하고, 또 본능적으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한다면 쉽게 말해 이상형이 성립된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은 어찌 보면 너무나 쉽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본능적인 부분이 없어도 지성적인 부분은 노력 여하에 따라 채울 수 있다(그러나 본능의 부재로 인한 이별도 감수해야한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고자 하는 사람이 그것의 만족감을 주는 사람을 만나고 또 외형적으로 끌리기까지 한다면 더 바랄게 무엇이 있는가? 하지만 모든 게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주변 환경, 타이밍, 가치관, 제도, 우연한 사고, 개인의 생활, 육아, 등등등 다양하고 수많은 변수들이 가득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줄 수 있다 해도,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가 줄 수 없는 경우가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줄 수 있지만, 또 다른 부분은 다른 사람이 줄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더 크게, 혹은 똑같이 채워줄 수 있는 사람도 있으며, 내가 원하는 것 자체가 바뀔 수도 있고, 원하는 것이 채워졌을 때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권태도 있다. 또 원하는 것이 항상 일정하게 채워지는 것도 아니며, 원하는 것을 찾았지만 이미 임자가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인간은 늙기 마련이므로 본능적인 부분이 약화되어 지성적인 부분을 중요시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늙은 마누라를 버리고 원조교제를 하는 중년, 늙고 돈 없는 남편을 버리고 부동산 재벌과 바람 나는 여편네 등 흔하디 흔한 에피소드들. 수많은 변수와 변화로 가득하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잘 산다는 것은 어찌보면 지나친 욕심이자 기적이라고 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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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하고 원하는 본능이 단순히 삶의 추가적 요소에 불과한 것이라면 고통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없이도 자신을 지탱하는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헤어짐도 그저 씁쓸한 사건들 가운데 하나일 뿐. 또 다른 관계를 찾아나서면 그만이다(자유연애는 동물적일까 인간적일까). 연애 상대를 돈에 비유하면 더 쉽다. 부자는 돈이 아닌 다른 것을 원하거나, 더 많은 돈을 원한다.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거나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연애는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한 명의 가수가 있다. 지성적으로 만족을 주는 친구와 자신이 목표로 한 창조적인 밴드 활동을 도와주는 진취적인 동료가 있고, 성공한 뮤지션으로서의 안정적인 지위와 재산, 오르가즘보다 무대에서의 전율에 더 반응하고, 자신에게 열광하는 수많은 이성 팬들이 있으며, 노래할 때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 가수. 과연 연애로 얻는 만족감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가수에게 연애는 그저 추가적인 요소에 불과한 것이다. 본능적으로 끌리는 상대와 사귀고 섹스하면 그 뿐. 결코 집착하지 않는다. 연애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가 이런 식이다. 거절이나 부재를 두려워하지 않고 갈증을 해소할 상대가 지천에 널려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구지 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른 후보가 많다는 것을 안다. 메달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항상 떠날 준비가 되어 있기에 반대쪽 입장에서는 더 애가 탄다. 우리는 실망과 좌절을 피하기 위해 먼저 내가 상대방에게 무엇을 원하는 건지 스스로 이해하고 확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원하는 것이 정녕 스스로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것인지도 재숙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우선적이고 가장 큰 결핍(=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결핍을 상대방이 아닌 자기 스스로 채운다. 남는 결핍은 가급적 없어도 큰 무리가 없는 것들이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미 내가 가지고 있다면, 남는 일은 나를 원하는 상대와 집착과 상처 없는 사랑을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결핍을 당신에게서 채우려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메달릴 것이다. 당신의 부재는 그 사람에게 견딜 수 없는 외로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럼 당신도 인기인. 자유연애를 하든지, 기적적인 이상형을 찾든지, 적당히 타협하고 결혼을 하든지, 그냥 혼자 살든지.

원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

어떤 상대와 연애를 하고 싶은데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그리고 지성적이고 본능적인 모든 것을 총동원해 그 사람이 원하는 사람과 최대한 가까울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치자. 운도 따라주고 타이밍도 맞아 결국 연애에 성공했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자신을 버리고 그 사람이 원하는 사람대로 행동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원하는 대가는 어떤 것인가. 섹스인가, 결혼인가, 6개월까지의 만남인가, 단지 작업 성공의 만족감인가? 결혼이라면 자신은 과연 행복할까? 연기하면서 평생을 살 건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또 그렇지만도 않다. 그게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