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제게 거짓말을 합니다.

저에게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그놈은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고 제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녀를 위해 좆같을만큼 친절히 대해주었음에도 형근이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영화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해주었습니다. 최소한 그 정도 대가리는 돌아가는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 대체 그런 식의 저돌적이고 맹목적인 섹스로 인해 두 사람에게 남는 것이 무엇이 있는 것일까 단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던 걸까요? 그렇게 둘이 스릴있는 섹스를 즐기다 나는 걷어 차버리고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런지 어리석은 두 눈은 그 정도까지 멀어버렸던 걸까요. 나이트에서 꼴리는 두 사람이 만나 원나잇으로 이어진 연애에 지나지 않습니다. H2니 하는 청소년 만화를 보고 감동한 새끼가 대체 남자친구가 있는, 그리고 남자친구와의 추억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그녀의 살을 탐하는 것이 도대체 짐승이 아니고서야 인간이 할 수 있는 짓인지 조금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놈이 추천한 만화책을 필독서마냥 텍스트 파일에 적어둔 그녀가 가엾습니다. 또 그런 무책임한 선택을 택한 남자를 단 며칠만에 받아들인 그녀도 가엾습니다. 그 새끼는 얼마나 사정할 때의 오르가즘이 짜릿했을까요. 임자있는 여자의 몸에 말입니다. 그 새끼는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며 두고두고 자위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녀에게는 철저하게 비밀로 간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절친한 누군가에게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떠벌일 것입니다. 걔 남자친구도 만났는데 별 거 아니더라 여자가 나한테 완전 푹 빠져서 남친 싫다고 그러더라 전화로 대충 고백했는데 하루 만에 자기 방에 부르더니 몸 주더라 남자친구가 지랄해서 여자애가 힘들어하는 거 같길래 사실 그다지 여자애를 책임지기도 싫고 남친 놈도 조금 불쌍해서 둘러대고 연락하지 말자고 했다 걔네 집에 남친 사진이랑 이것저것 다 있었다 나한테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그 자식이 그렇게 생각할게 분명하기 때문에 저는 더욱 더 형근이 씨발 새끼를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그가 무릎을 끓고 내게 용서를 빌었던가요? 그녀를 너무 사랑하니 제발 떠나달라고 그랬던가요?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당신에게 미안하긴 좀 미안하다고 말하는 새끼를 차마 때리지 못하고 울분을 삼킨 제가 미친놈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잘난 놈인가 하며 기고만장해서는 또 다른 여자의 몸을 탐하고 말 것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동침을 허락하고나면 그 새끼가 저를 얼마나 병신 취급을 하고 우월감을 맛볼지 전혀 생각치 못한 모양입니다. 제 입장 따위는 그 방 안에 없었던 것입니다. 남자친구와 깨끗하게 정리하고 자신과 떳떳하게 사귀자는 선택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의 성기를 급하게 탐하는 것이 전부였음을 그녀는 이해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에게 돌아올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에. 암컷 수컷이 멜로 드라마를 찍었습니다. 한 인간에게는 결코 씻을 수 없는 절망적인 상처를 남겨두고. 예술한다는 기분에 젖어 싸이에 은근히 자기 자랑하기 바쁘고 허세로 가득한 블로그에는 자랑인양 그녀의 침대 위에서 찍은 슈지의 사진을 전리품처럼 올리는 개만도 못한 새끼입니다. 퍽이나 아름다운 추억이십니다. 세상에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고백한 뒤에 다시 추억해보는 건 어떠실지. 그 뒤에도 그렇게 사진을 올려두실 수 있는지. 어차피 그럴 용기도 없고 진정성도 없는 주제에. 나와 그녀의 마음은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애매호모한 것이 여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 겁니다. 일단 즐거운 현장 분위기로 바탕을 깔고 번번한 얼굴로 연출하는 시늉을 하고나서 줄듯 말듯. 스무살의 호기심 많고 사랑이 뭔지 모르는 여자에게 딱 좋은 미끼인 것입니다. 윤성호와 친한 사이임을 블로그에 은근슬쩍 과시하고 자신에게는 또렷한 목표와 미래가 존재하는 양 으시대는 꼴을 보면 스물 다섯에 저 정도 가치관이라면 차라리 다행입니다. 더 볼 것도 없이 그저그런 인생을 살다 자아 성찰은 고사하고 독일 다녀오고 또 여자나 후리고 다닐 새끼입니다. 독일에서 찍은 사진을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는 허세 가득한 글 몇 자 쓰고 싸이에 올리겠죠. 그런 시덥잖은 놈의 본성을 그녀가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사랑이니 연애니 하는 것은 결국 허상과 유전자에 기댄 섹스 놀이에 불과한 것임을 절절히 깨닫습니다. 충실함이나 열정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안 살랍니다.

혼자 남은 밤 제 심장은 녹슨 못에 찔려 피고름이 나올만큼 고통스럽습니다. 아무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빌어먹을 통증이 매일 밤 저를 괴롭힙니다.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것도 참을 수 없을만큼 아픕니다. 그래 낭만적이라고 쳐줍시다. 더러운 사건을 미화하고 치장하여 순간을 영원히 아름답게 간직해야만 자신들이 정당해지고 밉지 않겠지요. 남겨진 저는요? 저들이 자신의 행위를 사랑이니 아름다움이니 순간의 영원한 추억이니 하며 추앙할 때 저는 뭐가 되는 겁니까? 똘마니 추종자 쯤 되는 겁니까?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그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들의 행위가 어리석은 불장난이었음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부정하고 미워하고 밀어내야 합니다. 파국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영화에도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들 많지 않습니까. 정사니 불륜이니 그놈이 그놈이고 그년이 그년인데 지들에게는 로맨스요 남들에게는 한낯 발정난 미치광이들의 섹스 놀음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이 무슨 죄입니까. 내가 그들에게 그건 죄라고 말한들 그들이 그것을 인정이나 하고 반성이나 하겠습니까. 남겨진 이 좆병신은 그냥 좆병신인 겁니다. 카메라의 포커스는 그네들의 유전자 교환에 맞추어져 있을 뿐 좆병신에게 돌아오는 시선은 그저 싸구려 동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좆병신은 나도 여자친구가 있을 때 전 여자친구와 잤다고 그녀에게 거짓말을 해줍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 중에 진정히 마음을 열어 우물의 물 전부를 퍼주다 낙오된 수컷이 비단 저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서글픈 자기 위로로 견디고 있다는 사실이 절 미치게 만듭니다. 만원 전철에 올라 나와 같은 사람을 찾아 광고라도 해야할까요. 아니면 그냥 나도 사치스런 감정에 몸을 맡겨야 하나요.

그녀가 슬퍼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내가 형근에게 줄 수 있는 고통은 그저 그녀의 홈페이지에 나와 찍은 사진을 올려달라는 요구 뿐인 것입니다. 그런 시시한 저항 따위로 저는 위로 받고 싶은 겁니다. 그 위로조차 한 달이 지나가도록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간소한 약속이었지만 저에게는 무척이나 절실했음을 아무도 알지 못한 것입니다. 그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당장에라도 형근을 찾아가 고자를 만들어 버리고 싶지만 나는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의 고통에 그녀가 슬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믿어달라고 말한 그녀는 말 그대로 미친년이 될거라고 말했던 그녀는 결국 그놈과 다시 만났습니다. 그놈과 어떤 식으로 연락을 주고 받자는 건지 기다리겠다는 말에는 대체 무슨 대답을 했을지 궁금해 미쳐버릴 지경이었습니다. 그녀의 속내는 그래요 정리할 때까지 기다려봐요. 이 사람과는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어디 기다리다가 내가 벨기에 가고 당신이 독일에 있을 때 우리 한 번 비포 선라이즈 찍어봅시다. 원래 아닌 건 아닌 거잖아요. 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기다리지 말아요 나는 이 사람과 전혀 헤어질 생각이 없어요 우리는 틀렸어요 당신이 아니라 수림 오빠에요 라고 대답했을까요. 허튼 기대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그녀는 내게 하는 말과 그놈에게 하는 말과 자신의 마음이 각각 다른 것 같습니다. 대체 누구를 생각해서 그날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그놈에게 숨긴 것일까요. 왜 씨발놈들과 가만히 병실에 쳐박혀 있던 나를 자신의 집에 찾아와서 핸드폰을 봤다고 거짓말한 것일까요. 내가 그녀를 귀찮게 붙잡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려고 했던 걸까요? 내가 그 지경이 된 사실에 그 사람이 죄의식을 느끼고 떠날까봐 붙잡고 싶었던 걸까요? 여지를 남겨두고 그 놈이 어떻게 나오는지 즐기고 싶었던 걸까요? 마치 그놈이 올인하겠다고 덤비면 그녀를 책임지겠다고 어처구니 없는 거짓 약속이라도 던져주면 그녀는 당장에라도 떡밥을 물고 떠날 것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그냥 전봇대처럼 그 자리에 있는 놈이니까 그녀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에 지나지 않는 거라 여기는 걸까요? 두 사람은 병신 같이 아무 것도 모르던 나에 관해서 대체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요. 나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이야기들. 남자친구랑 헤어져요. 사랑 같지도 않은데 뭐하러 사귀어요? 그렇죠? 아닌건 아닌거죠? 그냥 이대로 행복하니까 장땡인 거죠 뭐. 당신이 보고 싶어요. 나도 그래요 키스해줘요 씨발.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요? 그녀는 아무 것도 내게 말하려 하지 않고, 나는 아무 것도 궁금해하지 않아야만 하는 룰이 존재합니다. 그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은 금기인 것입니다. 그렇게도 내게 콘돔을 강요하던 그녀는 그날 밤 그놈과 콘돔도 끼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 나는 대체 왜 이 지경까지 된 건가요. 왜 나는 이렇게 치졸하고 추악한 생각들로 점철된 건가요. 나는 왜이렇게 추잡해진 겁니까. 모든 게 다 괜찮았는데.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이렇게 악마 같고 비겁한 인간이 되어버렸을까요. 그녀는 대체 왜 내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요? 그렇게나 한순간에 스스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른 색깔의 색정을 찾아 떠나버린 그녀가. 그건 사랑인가요. 내가 힘겹게 돌아오고도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그놈에게 여지를 남기던 그녀가. 자신의 죄책감을 씻고 싶은 걸까요. 그럼 나는 그녀의 죄책감이 다 씻겨질 수 있도록 이렇게 지켜보아야만 하는 걸까요.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궁금하지 않은 듯 모두 다 치유된 것처럼 연기하면 되는 건가요? 아직도 그녀는 사랑이 뭔지 모릅니다. 나도 사랑이 뭔지 모릅니다. 그녀는 매사에 사건 상황마다 솔직하게 대처하는게 옳은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나도 자고 싶은 여자가 있으면 내키는대로 자고, 한번 사귀고 싶은 여자가 있으면 바로 사귀면 되는 겁니까? 어느 날 누군가 죽이고 싶을 때 솔직한 감정대로 죽이는 것이 옳다는 말입니까? 그럼 나는 당장에 형근을 찾아가 평생을 신음속에 살게 만들면 내 마음에 솔직한 것입니까? 솔직하기만 하면 옳은 것입니가? 그럼 당장에 형근을 씹어 먹어야 합니다. 그럼 나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입니까? 감정의 솔직함에 존재하는 대가니 누군가의 절망이니 허무니 하는 것을 수억 죽어나간 선지자들이 아무리 설명해봤자 새로 태어난 젊은 양들은 해해 거리며 멍청하게 뛰놉니다. 누구에게나 겨울이 찾아오고 사랑, 혹은 정이라는 이름의 꽃잎은 시들기 마련입니다. 마른 꽃잎은 차가운 바람에 잘게 부서지고 말 것입니다. 어리석게도 모두가 그 꽃잎을 즈려밟고 새 꽃을 찾아 떠납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의 마지막이라고 결단하는 것은 결코 성숙한 사랑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녹색 줄기는 잔인한 겨울을 견디고 봄이 찾아 왔을 때 다시 활짝 피어날 것입니다. 여름 내내 그 향기를 세상에 흩날릴 것입니다. 그것을 그녀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좆병신은 기어코 허공에 다트를 던지고야 맙니다. 

동정도 필요 없습니다. 관심도 필요없습니다. 내버려두어도 잘 합니다. 나를 치유하는 건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나는 그녀를 사랑할 것이고 이 선택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설령 죄책감을 씻기 위해, 그 사람의 빈자리를 매꾸기 위해 내 곁에 있는 것이라 해도 응당 받아들일 것입니다. 병원 꿈 속에서 보았던 그녀의 소름끼칠만큼 냉정한 이별 통보를 듣는다해도 피식 웃을 않을만큼 나는 단단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의 끝에는 절망이 없는 것이 되겠지요.  단호한 결의. 거들먹거리는 세상 밖으로 나와 누구보다 당당하게 걸어가렵니다. 가라앉지 않습니다. 아니 깊은 심해 속으로 가보는 것도 흥미로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영화니 연출이니 예술이니 나를 가두는 규정 속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겁니다. 모두가 수면 위에서 성공을 위한 레이스로 허우적거릴 때 나는 아무도 없는 심해 속에 가라앉아 유일한 존재감을 맛볼 것입니다. 먼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그저 개미들의 전쟁터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해를 구하지도 인정을 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천진했던 나 자신은 그날 한강에 떠내려가 죽어버렸습니다. 인간들과 또 인간에 불과한 제 자신의 하찮은 시나리오. 모두가 웃는 가면을 쓴 광대들의 상투적인 희극.

너무 웃겨서 배꼽이 빠질 이야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 아무에게도 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 다 지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