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거대한 페인트 통에 뛰어들었다

 

느릿느릿 가라앉는 육체의 모든 구멍을 하얀 점액이 틀어막았다

 

공기도 소리도 차단된

 

묵직한 수압이 온 몸을 휘감자

 

남자는 태아처럼 한껏 몸을 웅크린 채

 

이 무슨 미친 지랄인가

 

남자의 입에서 마지막 신음이 흘러 나왔다

 

기억은 완전히 녹아 없어지고

 

돼져버렸다

 

며칠 뒤 낡은 시청 외벽에 그 페인트가 칠해졌다

 

명랑한 아이들은 새로운 색깔에 금세 싫증을 냈고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그저 인상적인 파란색이라고 떠들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