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말은 심장에서 기관지로 목구멍에서 혀 밖으로 나오는 순간 단물 빠진 포도 껍질처럼 시시해졌습니다. 그저 밋밋한 일상에 섞여 뜨거운 물을 부은 빙수보다 급하게 녹아버리는 것입니다. 당시의 저는 그 꺼림칙한 결과가 싫어 그 말을 입 밖에 꺼내는 것이 몹시 곤혹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때때로 그 사실을 잊고 그 말을 내뱉을 때마다 역시나 시시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후회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저 공간에 울리는 소리에 불과한 것일까 하고, 온전히 상대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어버릴 거라면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 단정한 것입니다. 차라리 사랑이라는 말은 과거에 더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과거는 이미 죽어버린 것이니까 사랑도 박제가 되어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유리관에 고이 보관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애초에 과거에 사랑을 박제한다느니 하는 터무니 없는 일이 가능할리 만무했으니까요.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이 가치만이라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입니다. 사실 저는 가치가 어떻게 되든 별로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 꺼림칙한 결과가 더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 뒤로 저는 이것에 정체를 해석하는 일이 다소 귀찮아졌습니다. 아주 오래 전 사랑한다고 말하던 한 사람이 기억납니다. 그것은 제 안에 조금도 전달되지 않았습니다만 그 사람은 끊임 없이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허공에 다트를 던지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입밖으로 터져 나오는 순간 사랑이란 단어는 미약하게 흩어졌고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으레 모두가 포기하는 것입니다. 표적이 없는 다트 따위는 누구도 던지고 싶지 않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