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취기가 점점 증발하고 있었다

 

나는 달아나는 술기운을 절절하게 붙잡고 싶었지만

 

호주머니에 나뒹구는 백 원짜리 몇 닢을 주물거리며 계속 걸었다

 

온실과 욕조가 기다리는 넉넉함은 억지로 모르는 척 가난스러운 기분에 젖어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다

 

병신 너는 진짜 유치하고 구제 불능이야

 

그 병신은 그 말에도 개의치 않다는 듯이 최신 가요를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일부러 비틀거리며 전봇대에 부딪치는 연기는 꽤 그럴싸 했다고 자찬하면서 마음 속으로 열렬히 박수를 쳤다

 

그 와중에 혹시 구원자가 보진 않았을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가건물 귀퉁이를 검은 쓰레기 봉투 하나가 살금살금 굴러가고 있을 뿐이었다

 

날 좀 봐 여기 쓸쓸한 기류를 한 껏 풍기며 동정과 관심을 바라는 청춘이 있다

 

나는 너와 다르다고 말해줘

 

유일한 존재로 바라봐 주기만 한다면 별종이라도 될테니 제발 날 소중히 여겨줘

 

뭐가 됐든 우습고 역겨워 난 그 자리에 거품 섞인 술을 토했다

 

어설프게 구부린 채로 내 토사물을 보고 있노라니

 

제법 서글퍼져서 그만 목 놓아 한참을 울었다

 

때묻지 않은 그리움과

 

명백한 피학성애자의 증거만 확인한 채

 

나는 훌쩍거리며 온실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