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내가 가지고 싶었던 건
모든 것을 가르쳐주는 기계였다(왜인지 꼭 기계로 만들어져 있기를 바랬다. 휴대전화기나 계산기 같은, 물론 영상도 보여주고 말이다) 당연히 이 큰 세상, 아울러 우주 전체에서 나만이 그 기계를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다. 글쎄, 특별히 내게 모자른 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법 다정한 두 부모 밑에서 배고픔 없이 자랐고 이웃 친구들과도 사이가 좋았다. 동네에서는 종종 잔치를 벌이고 하루하루 즐거운 나날이었던 행복에서 나는 되도록 남들과 다르게 보이도록 노력하였고 내게는 어떤 특별한 힘이 있을거라 일부분의 어린 아이들처럼 믿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꿈 같은 기계를 생각한 것이리라)
배우고 싶은 마음이 풍성하기 때문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동네 어귀 항아리 골목을 오르내리다 문득 어떤 의문이 떠올랐을 때, 예를 들어 "이 세상에 주인 없이 땅에 떨어져 있는 모든 돈을 합하면 얼마지?" 또는 "산타클로스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지?" 하며 입가에 소곤거리곤 나름대로 그 기계의 목소리를 흉내 내곤 하였다. '예, 589013097510298507135000012750915원 입니다' '음, 산타클로스는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북극에서 남극으로 가고 있습니다' 뭐, 나이를 먹어가면서. 정든 항아리 골목이 현대 상점으로 바뀌어가고 동네 어귀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큰 도시가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도 가끔 나는 그 기계와 놀았던 생각을 떠올리곤 한다. 지하철 문 옆에 도도하게 기대어 있는 미인을 발견하고 "저 여자는 어떤 남자를 좋아하지?" 라든가 "저 여자의 알몸을 보고 싶어" 하는 상상 말이다. 꽤 짜릿하지 않은가? 잘못 없이 모든 것을 똑바르게 가르쳐주는 기계. 단지 그 능력만으로도 우리는 세상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방법을 말하라" 하고.



- 한 사람도 빠짐 없이 모두가 칭송할 시를 가르쳐 달라! -

새벽 3:42 (대답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