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다. 불안해 떨리는 손을 입에 가져가 손톱을 잘근 깨문다. 눈을 어디에 두어도 편치 못해 이리저리 굴린다. 돌연 등이 화끈 달아오르다 차갑게 식어 내리며 그곳에 땀이 맺힌다. 나는 여기 있으나, 이미 그곳에 가 있다. 시간은 힘을 잃고 나의 입술도 힘을 잃었다. 주변에는 절망한 눈빛의 전우들이 상처를 움켜쥐고 있다. 싸움에서 패하고, 나에게도 패했다. 더 이상 지도에 나의 조국은 없다. 내가 가진 모든 것. 나는 전부 잃어버렸다. 전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잃어버렸다. 더 이상 우리의 역사에 바퀴는 구르지 않는다.  
모두가 파멸의 바람이 가깝게 불어온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적들의 말발굽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을 때, 변방에서 찾아온 낮선 이방인이 일어섰다. 모두가 그저 공포를 견디지 못해 자결하려는 가엾은 병사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 이방인은 녹슬고 마모된 검을 태양에 높이 치켜들더니. 매우 크고 무게 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하나 둘 병사들은 눈을 들었다.

"우리는 이 녹슬고 낡은 검과 같구나. 이제 우리와 이 검은 어떤 나라에서도 환영 받지 못할 것이다. 오직 우리의 조국만이 이 검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며! 오직 우리만이 이 검에 조국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자, 똑같은 피를 가진 형제들이여. 일어서자. 전쟁이 우리를 버릴지도 모르나, 우리는 우리를 버려서는 안 된다!!"

나는 태양이 저 이방인의 칼끝에 찔려 황금빛을 토하는 것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목까지 차오르던 불안은 사라지고 가슴에서는 벅찬 용기가 끓어올랐다. 무너진 조국의 아들들은 함께 상처에서 손을 때고 무기를 높이 높이 치켜들며 어렴풋이 기억나는 조국의 맹세를 떠올리며 외쳤다.

"조국이 나를 버려도, 나는 나를 버리지 않는다! 세상이 나를 버려도, 나는 나를 버리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달렸다. 까마귀와 들개는 우리의 함성에 달아난다. 우리는 앞만을 보았으며 모두가 최전선에 있는 용감한 영웅이었다. 후퇴는 없고, 항복도 없다. 그저 적에게 돌진할 뿐이다. 말보다 더 빠르게, 화살보다 더 가볍고 치명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