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9일

나는 몰랐을 뿐이다. 아니, 몰랐든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그냥 지나친 것이다. 어쨌든 나는 착한 사람이 되려한 모든 기회를 놓치고 이제는 나쁜 사람이 된다. 만약 내가 나쁜 사람이든 착한 사람이든 되기만하면, 그렇게 되기 이전에 나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볼 것이다.
솔직히 밝히면 나는 착한 사람이고 싶다. 그렇지만 착한 사람이 되기에 먼저 나쁜 사람이 된다. 당장은 그게 중요하다.

2013년 12월 13일

밤중에 비가 왔다. 매우 가엾은 비다. 사람들은 우산으로 아름다운 얼굴을 가린다. 멋지고 올망덜룩한 옷을 입은 사람과 어지러운 흐름도 길에서 사라졌다. 나는 비가 땅을 적시는 냄새를 맡아보았다. 코에 입맛이 돈다. 나는 천천히 옆드려 젖은 땅 위에 귀를 댄다. 흙이 소곤거린다. 자기들끼리만 소곤거린다.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도시를 달린다.

2013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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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5일

자유를 가린 욕심의 건물이 다시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우리는 자유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것이다.

2013년 12월 17일

곧 시작된다. 하지만 나는 울고있다. 1984년 12월 6일의 나도 울고, 1994년 어느 날의 나도 울고, 1999년 12월 25일의 나도 운다. 지난 날, 다가올 날, 지금, 모든 틈에 끼어 나는 울고있다. 약한 까닭이다. 약하기 때문에 우는 것이다. 세지는 것이 약한 사람에게 얼마나 힘들고 슬픈 일인지 나는 안다. 그래서 아픈 것이다. 눈물은 씨앗이 된다. 한 방울의 눈물은 하나의 씨앗이. 두 방울의 눈물은 더 큰 하나의 씨앗이 된다.

지금 나는 씨앗을 심는다. 얄미운 도시에 보이지 않는 씨앗을 깊숙이 심는다. 씨앗은 수많은 장미가 된다. 날카로운 가시를 품은 장미가 된다.



- 나는 슬픔의 씨앗을 심겠다. 너희들의 욕심 속에 슬픔의 씨앗을 심겠다.
   그리고 욕심이 사라지거든, 너희들은 가치 있는 것을 심게 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