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굶다
딱딱히 주저앉은 눈
하고 드러누워

비는 그쳐가고 바람만 남은
우리의 방 안 구석
구석 살펴보다가

얼핏 시선에 닿아 뒤척이는 네
흰 종이조각들,

저 속

녀석들이 품고 있을
그녀의 까만 목소리와
내 흐린 기억 속 너 쓸쓸한 얼굴처럼
지난 날 곱게 새긴 이 글씨들은

이제 하나 둘 방울져
낡은 지붕 밑으로 떨어지겠지

곧 아무 말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