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삶의 범위는 그리 넓지 않다. 그리고 그 범위는 너무 끝이 없다. 너무란 사전에서 일정 기준의 지나침을 뜻한다. 고로 내가 말하는 끝 없는 삶은 표준을 벗어난 뜻을 띄고 있다. 그런데 범위란 단어는 끝없음을 표현하기에 담긴 뜻이 다소 제한스럽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삶의 범위가 좁다는 둥, 범위란 끝이 없다는 둥, 또 범위의 뜻이 제한스럽다는 식의 글을 도대체 왜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세월이라 부르는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또는 간접으로나마 "세월의 풍파와 희로애락을 다 겪다보니 어느새 온 몸, 은밀한 그곳의 털까지 하얗게 변했네!" 라거나. "내가 자네와 같던 시절이 엊그제 갔군! 푸히히힛!" 라거나. 혹은 눈 깜작할 사이에 기둥서방 좋은 청춘 다 갔다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들어보았을 것이다.

아, 다시 한번 고백하건데 사실 나는 세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열의를 7초 전에 잃어버렸다. 덧붙여 7초 사이에 내가 생각했던 것은 새로 찾아온 아름다운 중년 가정부와 관음증, 불면증을 앓는 소년이 마침내 성교를 맺는 장면과 그에 관한 줄거리였다. 물론 나는 계속해서 그 줄거리의 파격한 부분을 독자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곡하다. 하지만 때로는 욕망을 억제하며 자신이 서있는 위치에서의 규칙이 무엇인가에 대해 반복으로 상기하고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건실한 견습성자의 참된 모양세가 아니겠는가? 나는 슬쩍 웃을 뿐이다.

바람이 계속 분다. 만물이 살랑인다. 아무개의 마음도 요동친다. 그러나 나는 배가 아프다. 위가 경직되어있다. 나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이 편두통이 사라지기만을 갈망하고 있다.


- 세월이 빠른 이유는 결코 멈추지 않기 때문이야 -



[이기스럽지만 논리스러운 내 관찰에 의하면, 거북이도 등을 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