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 게이트와 같은 D&D CRPG 속에서, 대개 드루이드는 중립을 위해 헌신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Chaotic Evil과 Lawful Good 사이에서 True Neutral이라는 성향으로 줄타기하고 있는 그들의 말에선 매순간 세계의 균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선과 악이 엇비슷한 수준으로 공존해야 세상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종종 팀의 성향이 지나치게 선행에 치우쳐있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악행을 주장함으로써 그들이 선하다고만 믿어왔던 플레이어를 제대로 배신때린다.

디지털 세계에서 나는 '마이너 지향'이다. 인텔보다 AMD를 좋아하고, nVIDIA보다 ATI를, 윈도보다 리눅스를 즐기며, IE보다 FireFox를 좋아한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다른 요인이 많지만 폭넓은 호환성을 지니는 하드웨어의 경우 내가 특정 업체를 선호하는 것은 주로 그 업체가 마이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그 반대의 상황, 예컨대 AMD의 점유율이 70% 가량 된다면 난 인텔을 선호할 것이다. 양자의 성능이 사용가부를 결정지을 정도로 크지 않고 어지간한 호환성 문제는 잘 해결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나는 호감가는 대로 업체와 제품을 택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렇게 함으로써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전도하거나 강요할 생각도 전혀 없다. 나 하나쯤 그렇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요즘 촛불 집회와 관련해 네이버에서 다음으로 갈아타는 운동이 네티즌들 사이에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의 폐단에 관한 여러 글이 인터넷에 올라 있지만, 다음이 1위 포털이 된다면 그들 또한 네이버처럼 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Don't be Evil을 선언했던 구글은 언젠가부터 각 국가의 검역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을 변화시킬 힘은 아마도 사용자에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디지털 노매드가 등장했듯이 인터넷 세상의 균형을 잡기 위한 디지털 드루이드가 필요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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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2008-12-30 10: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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