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 시기는 PSP 출시 초기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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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즐보드에 파괴된 PSP 사진과 함께 시험성적 발표 후 아버지로부터 라는 설명이 들어 있었다. 저래도 싸다는 쪽과 집안꼴이 훤하다는 쪽으로 갈린 댓글들 사이에서 뭐라 의견을 적진 않았지만 나는 정말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자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줘야 한다는 이유로, 자녀가 가장 아끼는 소중한 것을 직접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파괴'하는 행위....
나도.. 그런 일 당해봤다. 예나 지금이나 그거 별 대수라고 생각 안한다. 그러니까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반대하는 첫번째 이유요... 앞서 말했다시피 이것은 대수는 아니지만 상당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이상하게도 그런 사람... 상당히 오래 기억에 남는다. 조금 나이가 들고 나서야 나는 이것을 '상처'라고 부를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상처란 내가 줄곧 예상해 온 것처럼 반드시 치명적인 괴로움과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그것은 그저 억압되고 뒤틀린 심사에 하나를 더할 뿐이다.
강압적인 방법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것을 끊게 하는게 정 불가피하다면 나는 차라리, 당사자와 이야기해 그것을 스스로 포기해 '팔아치우게끔' 만드는 방법이 더 낫다고 본다. 일차적으로 그것을 팔기로 결정하기까지 많은 대화가 이루어진다. 혹은 그렇지 못했더라도 그것을 팔기까지 걸리는 시간, 판매하는 과정에서 그 자신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최소한 스스로 각오는 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가 부모와 타협하고 마음속으로 무언을 결정하는 데서 (설령 그것이 부모와 약속한 바와 다를지라도)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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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2008-12-30 10: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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