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의 품을 많이 그리워하는 사람이었다.

사람과 함께 자는 것이 좋았다. 추운 겨울 날 두터운 이불 속에서, 가능하다면 상대방의 손을 잡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평소에는 도저히 나누지 못할 그런 덧없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게 좋았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 흐름이 끊기고 나면, 손끝으로 전해지는 체온과 길거나 짧거나 한 상대방의 숨소리를 들으며 잠이 드는 게 좋았다. 가끔은 내 겨드랑이 사이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슈나우저의 길쭉한 코나 배 위에 올라 갸르릉대는 잡종 고양이 탓에 옴짝달싹 할 수 없어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좋았다.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댈 수 있는 유일하고 소중한 시간. 극도의 평화로움이 빚어낸 묘한 마법이 아무런 사심도 없는 마음 속에서 건져 낸 한 가지,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두려움 섞인 바램조차 지워버리고 나면 원망 할 겨를도 없이 활짝 열려있던 동공으로 밀려 들어오던 마지막 상이 사라진다. 그런 때에 오는 아이러니컬한 행복.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너도, 당신도 알고 있는걸까...

그렇게 잠이 든다. 내게는 너무나 과분한 시간.

낯선 곳을 두려워하는 성격 탓인지, 상대가 그 누구라도 언제나 먼저 일어나는 쪽은 이쪽이다. 창밖에 비친 새벽 하늘에서, 점차로 빛을 잃어가고 있는 별은 마치 사람이 들을 수 없는 고요한 비명을 내고 있는 것 같다. 내게 기대어 있는 어느 동물인가가 깨지 않게, 혹은 내 배 위에 발을 올려 둔 그이가 깨지 않게, 조심히 고개를 돌려 밤새 마법이 풀린 그 얼굴을 본다. 어딘가 일그러져 있는 그 얼굴에 그의 삶 동안 매순간 견뎌왔던 숱한 고통이 녹아있다. 무언가에 쫓기듯 새근거리는 숨결이 안타깝다. 단지 부어있거나 머리가 헝클어지거나 하는 것은 밤새 모든것을 감추어 왔던 어둠이 사라져 버린 것에 다름 아니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은 어딘지 모르게 내가 알고자 했던 많은 것들을 저 멀리에 감추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줄곧 외면했지만 애써 알려고 해도 결코 말해주지 않을 그런 것들.

누군가의 곁에서 안도하는 일 같은건 그래서 늘 죄스러운 기분이 들곤 했다.

2005/11/14 16: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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