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서울대 입구역으로 가는 마지막 2호선 열차가 영등포에 도착하는 밤 12시 30분까지 일한다. 몇달 전까지는 토요일과 일요일, 월요일까지 쉴 새 없이 일했다. 하지만 내가 해 놓은 것들을 보면 만족스럽지도, 성취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왜? 끊임없는 업무 속에서 개선되었다던 과거의 유물들은 그저 끊임없이 과도기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다음에 올 사람에게 나는 욕을 먹을 것 같다. 내가 한 것처럼 그 사람도 과거에 대해 비난하면서. 아마도 그 사람도 다음 사람에게 비난 받으려나? 암울하다.

밤늦게 방을 지키고 있는 나를 보면서(물론 나만 그런 건 아니다), 사람들은 무슨 할 일이 그렇게 많으냐고 묻는다. 어떤 사람은 하자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며, "우리가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대단한 걸 요구하는 건 아니잖아? 적당히 하라구." 식의 말을 한다. 맞는 말이다. 하자에는 어떤 하이테크 노동자이건 맘먹고 상상한 만큼 자기 기량을 소비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획하고, 실행하라. "그대 뜻하는 바를 행하라." 안타깝게도 나에겐 그럴 만한 여유가 없지만 말이다.

"무슨 여유가 그렇게 없는거야?" 내부의 것을 개선하고, 다듬느라 그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순 없다. 공식적으로 리팩토링을 위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잠깐 보고, 또 잠깐 보고 주어진 다른 할 일을 한다. 그러나 개선은 점점 느려진다. 과도기적 컴포넌트, 아니 소스를 계속 활용하는 데 따른 폐혜가 여기에 있다. 그것의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기능이 부족한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내가 보기에, 결코 이것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단순함이 얻어질 때까지 나는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사용자가 생각하는 만큼 시작 메뉴를 누르는 것이 쉬운 것은 수많은 복잡함이 감추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한다. 충분한 가용성과 재사용성을 얻기 위해 자꾸만 복잡함이 더해진다. 프로그래머는 자꾸만 프로그램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이해하기엔 훨씬 쉽다. 전지전능한 컴퓨터의 영역에서, 조금씩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코드가 되어 간다.

-작성시기는 아마도 하자를 그만두기 전 : 2005년 9월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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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2008-12-30 10: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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