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개
짖는다고 혼나고
똥싸고 오줌싸고
부비적거리는 탓에 혼나고
좁은 방안에서 뱅뱅 돌다
현관에 나가 좀 킁킁거렸다고 또 혼나고
제멋대로 2층에 올라가다 혼나고
불쌍한 개
그 개
너 따위는 그냥 컴퓨터 게임이나 하라

너절한 거리에 매여 있는 개나
좁은 방안을 빙빙 돌다 지쳐 잠드는 개나
학대를 당하기는 매한가지라고 생각한다.
신분제가 엄격하던 옛날에도 개와 사람은 한솥밥을 먹고 살았거늘,
오늘날 개들은 한두 가지 음식만을 강요당하며
음성과 번식의 욕망마져 거세당하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의 히스테리 아래 방치되어,
외롭고, 고독하게, 하루하루, 나날이 나날을 곱씹으며 그렇게 살아간다.
그런 개가 사람을 치유한다고?
차라리 희생에 가까운 것이겠지.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몸집 조그마한 똥개가 마음 편한 이유는
언제나 질병하나 없이 튼튼하고
하루종일 내다니다가도 보란 듯이 돌아와서
나에게 꼬리치고 음식을 얻어간다.
뭐 나를 밥주는 기계로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것도 다 삶의 방식인 것을 어쩌란 것이냐.
나로서는 친구가 하나 더 늘어 좋고
저는 제 삶을 즐기니 좋다.
밥을 먹다 옆에서 훔쳐보는 놈이 있으면
또 한 입 나눠주고 그러는 거지. 하하하.

어느 생명도 나에게 속박되게 할 수는 없어.
모든 생명에게는 자유가 필요하고, 그럴 만큼 강하지 못하다면 더 자라서 강해져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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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2008-12-30 10: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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