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말 남도여행 1일차 개인

차일 피일 미루던 여행을 이번에만은 반드시 다녀오겠노라고 다짐한 올해 여름 휴가는, 본래 같이 가려던 친구가 불참을 통보해 오면서 일이 복잡해졌다. 차도 없고 운전도 못하는 나는 친구의 차를 타고 기름값만 지불하여 여행할 생각이었는데, 때문에 당초 정한 여러 장소들은 차를 가지고 이동해야만 원활히 다닐 수 있는 지역들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원래 출발했어야 했던 화요일 오전에 나는 분주하게 여행할 장소를 알아보고, 계획을 아예 처음부터 다시 짜기 시작했다.

일단 새로 택한 출발지는 순천이었다. 순천만의 사진을 접할 때마다 한번쯤 다녀와야지 하고 생각해왔으나 이번에는 친구가 다른 일로 다녀왔다 하여 빼 놓은 참이었다. 그러나 순천만만 보기에는 시간이 남을 듯 하여 어디를 갈까 하다가 시티투어버스를 알게 되었다. 격일마다 다른 코스로 운행되는 이 버스는 기본료만 내면 코스 내 어느 장소든 추가적인 입장료나 교통비 지출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 반면 버스 측에서 정한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 웬지 중고교 때 수학여행처럼 시간에 쫓기며 다니는 것으로 변질될까 우려되었으나 , 치밀한 이동 계획을 세우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으므로 일단 첫 날은 시티투어를 이용하고 다음 날에 보다 천천히 돌아보고 싶은 장소에 들리기로 마음을 정했다.

일단 온라인으로 결제부터 했다.

순천 시티투어 버스 : 제 2코스(월/수/금) : 9,000 원
수원->순천 무궁화호 평일 23:15분 출발 - 04시 40분 도착 : 온라인 할인 : 20,800 원

차가 없으므로 짐은 다음과 같이 급하게 변경했다.

가방 : 크럼플러 백팩 / 지갑 / 티레벨 유틸리티 파우치
복장 : 반팔 티 / 반바지 / 스포츠 샌달
옷 여벌 : 반팔 티 / 트렁크 / 외투 역할을 할 긴팔 남방
사진용품 : 디카 / 크럼플러 카라비너 디카 파우치 / 마틴 미니 삼각대 / 8GB + 16GB + 16GB MicroSD
충전용품 : 옵티머스Q 20pin 케이블, HX7V 전용 USB 케이블, 산요 KBC-E1AS, 에네루프 AA x 6
생활용품 : 썬크림, 로션, 칫솔, 면도기, 밴드형 반창고, 접이식 부채
기타 : 옵티머스Q, S755 및 MP3/USB 케이블, 시사인/주간경향 최근호 각 1부, 노트와 펜

친구가 빠지니 숙박 계획이 바뀌었고 자연스럽게 짐과 디지털 기기 충전 문제가 떠오르게 되었다. 일단 기록 외에는 쓸 일이 없을 듯 했던 노트북을 빼고 나니 그동안 이 노트북의 절전모드중 외부기기 충전 기능을 이용해 왔던 다른 기기들의 배터리가 문제였다. 일단 급한대로 AA충전기를 이용한 산요의 에네루프 충전기와 배터리 3쌍을 챙기고, PC 없이 USB 충전을 가능하게 해 주는 어댑터를 챙겨 PC가 없는 상황에 대비했다.

주간지는 당초 챙길 생각이 없었으나, 내 백팩이 본래 노트북 수납용이라 노트북 유무가 착용감에 상당한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이 공간을 채울 용도로 넣었다. 주간지는 얇고 가벼울 뿐 아니라, 어느 장소에 여행을 가든 하릴없이 시간을 보낼 일은 반드시 발생할 거라는 좋은 핑계도 있었다. 노트북 수납 공간의 등쪽에 이 두 권을 챙겨 넣고 여분의 옷들을 네모지게 접어 넣자 노트북을 넣었을 때보다 오히려 더 좋은 착용감이 생겨버렸다.

그렇게 대충 짐을 챙기고 나니 오후 9시였다. 남은 시간은 마음이 들떠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아, 다짜고짜 가게 된 것이 동네 노래방이었다. 얼마전 지인들과 모였을 때 노래방에 갔다가 즐거웠던(그리고 아쉬웠던) 기억이 많이 남았었나 보다. 또 기차 시간이 평소 내가 잠드는 시간이 아니라 너무 팔팔할 때 가면 뜬눈으로 너다섯 시간을 보낼 것 같은 이유도 있었다. 여튼 혼자서 한 시간 넘게 신나게 불러제낀 다음 역으로 이동했다. 부족한 시간과 어그러진 일정, 너무 늦지 않게 다음 주 새 회사의 첫 출근을 대비해야 한다는 두려움까지 겹쳐 머릿속이 무척 번잡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마음만은 무척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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