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두운 아침에 눈을 뜬다.
시간을 보니 여섯 시를 넘은 것 같은데.
캄캄한 거실 어딘가에 나를 보고 있는 귀신이 있을지 모른다며
다시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들기 위해 애를 쓴다.
그래도 끝내는 일어나고야 마는 나. 그것이 용기라고?
나는 좋게 생각할 뿐이다.

냉장고에 물을 마시고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며,
글을 읽는다.
아니, 먼저 글을 읽고, 뒤에 글을 쓴다.
대개 그럴 것이다.
그러다 내 것보다 잘 지어진 글을 본다면.
부러워서 느낌이나마 살려볼까 똑같이 따라 써보고,
문득 자신이 미워지며 Backspace 를 마구 두드린다.
'가령 내가' 로 시작해서, 끝내 '빌어먹을' 로.
그저 그런 사람을 만나면 아주 달라지고 싶고
아주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저 그런 사람이고 싶은.
확 그런 게 나라고 믿어버릴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아마도 당신과 다를 겁니다」

- 그저 그런, 그리고 아주 다른 -